자꾸 간섭하실 거면 어머니가 데려다 키우세요

by 은나무


새엄마라는 타이틀은,

다른 사람들보다 가족들의 선입견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특히 시어머니의 간섭은 나와 영준이의 관계를

악화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셨다.


-어미야 영준이가 사랑이 부족한 아이다.

사랑으로 길러라 항상 기도해라.

-어미야 이거 영준이가 좋아하는 거다.

갖다 줄 테니 잘해서 먹여라. 먹는 게 부실한 거니 영준이 살이 많이 빠진 거 같더라 키도 그대 로고

-어미야 영준이 많이 혼내지 말아라. 애들이 다 그렇게 크는 거다 엄마가 자꾸 혼낸다고 하더라.

-어미야 영재만 챙기지 말고 영준이 잘 챙겨줘라.

신경 써줄 거 많지 않니


전화통화를 해도 영준이 , 만나도 영준이...

늘 영준이 이야기만 하시는데 정말 잘하고 싶다가도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마음이야 잘 안다.


그런데 항상 네가 낳지 않아서 새엄마라서 네가 아직 어리니까 부족해서 라는 전제가 늘 깔려 있었다.

한 번은 영준이한테 정말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

다 같이 교회에서 만나 예배를 드리고 시어머니와 점심식사를 했다.

그러고 나면 시어머니는 마트를 가시는 걸 좋아하셨다.우리도 겸사겸사 같이 장을 보곤 했었다.


어머니는 항상 세일 많이 하는 물건, 기간 임박한 물건을 카트에 담곤 하셨는데, 나에게도 늘 강요하셨다.

나는 사 갖고 바로 먹을게 아니면 금방 상하기 때문에 싱싱한 걸 선호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님께,


-어머니 저는 이거 바로 사서 못 먹을 거 같아요.

그럼 상해서 버릴 수도 있으니 다음에 살게요.


하고 정중히 거절하곤 했었다.


어머님은 본인이 하라는 데로 하지 않는 내가 못마땅하셨나 보다.


한 번은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막 초2된 영준이가 말을 꺼냈다.


-엄마 할머니가 엄마는 아낄 줄을 모른데요.

-응? 할머니가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셔?

영준이 너한테 그러셨어?

-네 할머니가 아까 저한테 그랬어요.

너네 엄마는 아낄 줄을 모른다고요.맨날 낭비한다고요 아빠만 고생하는 거 같다고 저한테 엄마 흉봤어요.

-할머니가 진짜 그러셨어? 에이 엄마 흉본 거 아니시겠지. 그냥 싸고 저렴한 거 사면 좋은데 엄마가 싱싱한 거 산다고 해서 그러신 거 같아.

-아니에요 할머니가 가끔 저랑 둘이 있을 때 저한테 물어봐요. 엄마가 잘해주냐고 안 때리냐고 밥 잘 주냐고요

-아 그랬구나…..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송영준! 너는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지 쓸데없는 소릴하고 난리야?


그 소릴 듣던 남편이 아이에게 윽박지른다.

그러나 이미 내 기분은 나쁠 데로 나빠졌다.


-송영준 할머니가 그런 말씀을 너한테 하더라도

엄마가 듣고 기분이 나쁠 거 같은 말은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한테도 마찬가지고 다른 사람 생각 좀 하고 말해.


-당신은 조용히 운전이나 해.

왜 애한테 난리야. 이제 겨우 9살짜리 애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이 더 이상하신 거 아냐?

애한테 나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해도 애랑 사이가 좋아지기 어려운 관계인 거 뻔히 아시면서, 나한테 애를 잘 키워달라고 맡겨놓으신 분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


우리는 집에 가는 차 안에서 9살짜리 영준이 2살짜리 영재를 태우고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말았다.


아니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고 화가 났다.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신혼 초에는 불시에 집에 연락 없이 찾아 오시곤 했다. 남편이 아침 7시에 출근하고 나면 아이들과 나만 있는 시간 7시 30분에도 오시곤 했다.


어머님은 수원 사는 우리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경기도 화성에 사셨는데 어머니가 운전을 하셨기에

수시로 다녀가셨다.


더 황당한 이야기가 있는데 시어머니는 그 시간에 오셔서 가끔 샤워도 하셨다.

집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고 말씀하시면서 샤워도 하시곤 하셨다. 아무리 봐도 아직 까지 그런 시어머니는 본 적이 없다. 아무튼 시어머니는 늘 그렇게 막무가내셨다.


가끔 낮에 내가 집에 없기라도 하면 남편에게 전화해서니 와이프 어디 싸돌아 다니냐고 화도 내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잔소리와 불시에 찾아오시는 일로 우리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시곤 했다.

그 화살은 고스란히 영준이와 남편에게 돌아갔고 결국 화를 일으켰다.


그 당시엔 평소에도 영준이와 잦은 불화가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둘째를 낳고 독박 육아에 지친 내가 산후 우울증과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영준이를 돌보는데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예민할 데로 예민해졌을 때 시어머니의 갖은 참견은 결국 나를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이에게 내 욕을 하다니…. 폭발하고 말았다.


-나 도저히 이렇게 못살겠어. 영재하나 키우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머니는 도와 주시진 못할망정 맨날 애한테 저런 말씀이나 하시고 나한테 잔소리하시고 참견하시잖아. 영준이 쟤도 아주 힘들어 죽겠어 말도 안 듣고

사고만 치고 다녀~!!

어머님은 맨날 그렇게 말씀만 하시지 말고 그렇게 잘하시면 어머님이 데려가 키우시라고 해


-여보 그렇게 말하는 게 어딨어 우리가 책임지고 키워야지. 내가 미안해 그러지 말고 화 좀 삭여봐.


-아니 나는 당신도 못마땅해.

내가 결혼 전에 그렇게 많이 말했지. 중간에서 역할 잘하라고.

당신이 중간역할만 잘했어도 이렇게 까지 됐겠어?

그리고 나는 어머님이 너무 화가 나. 도저히 못 참겠어.

영준이도 할머니 좋아하니까 당분간 할머니 댁에 보내자. 초등학교 때까지만이라도 거기서 다니라고 해.


그때 나는 영준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가 할머니 댁으로 간다면 아이에게 엄청난 상처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오직 나만 생각했다. 내가 지쳐서 내가 힘들어서

시어머니가 미워서 남편이 미워서 당신들도 힘들어 봐라 하는 마음뿐이었다.


결국 내 고집에 못 이겨 영준이는 짐을 쌌다….


주말마다 집에 오기로 하고 영준이는 할머니 댁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들은

몇 번째 환경변화인지 어린것이 견디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 아이의 그 맘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함이 더 크다…

keyword
이전 08화영준이 기억 속 엄마와 행복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