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2의 시골학교 학폭사건

by 은나무


영준이가 초2.

할머니 댁으로 전학 갔을 때다.

시아버님 제사가 있어서 우리는 시댁에 모였다.


한참 제사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어머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여보세요?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네 영준이요? 옆에 있는데 무슨 일이세요? 잠시만요


하고는 영준이에게 전화를 바꿔줬다.


-여보세요? 네 선생님. 아니요 안 그랬는데요? 기억 안 나서 모르겠어요.


그 자리엔 우리 가족 외에도 영준이 큰아빠 고모네 부부도 함께였다.

다들 소리 죽여 통화 소리를 잠잠히 듣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다 들었다.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이랬다.


그날 학교에서 영준이가 친구를 때렸다는 거다.

그래서 그 친구 부모님이 학교에 전화가 왔고 그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으니 영준이 한테 확인

전화를 했던 거다.


영준이는 그 전화를 받으며 가족들이 다 모여있고 특히엄마가 있으니 혼날게 뻔하다고 생각해서 아니라고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선생님은 괜찮다 솔직히 이야기해도 된다.

내일 학교에서 다시 이야기하자며 통화를 마쳤다.


나는 통화를 마친 영준이에게 물었다.


-영준아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니요.

-근데 선생님이 무슨 일로 전화하신 거야?

-잘 모르겠어요.

-방금 통화했는데 모른다고?

-네.

-엄마한테 솔직히 말해줘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어.

학교에서 문제가 있으면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해야,

네가 부당한 일을 당해도 도와줄 수 있어.

말을 안 하면 엄마 아빠가 도와줄 수 없으니 어서

자세히 말해봐.

-네 학교에서 친구가 짜증 나게 해서 때렸어요.

-그랬구나 화가 나도 친구를 때리면 안 되는 거야

선생님 하고 엄마가 다시 통화해야겠다.


나는 작은 방에 들어가서 담임 선생님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었다.

하... 미치겠다...

담임선생님은 영준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셨다.


저번에도 학교에서 친구 얼굴을 마구 때려서 그날 그 친구 아버님이 교무실에 찾아왔고 시골초등학교에서 무슨 학교 폭력이냐며 노발대발 학폭위를 열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초2가 학폭이라니…. 하…

그날 부모님께 연락하려고 하는데 영준이가 엄마한테 하지 말고 할머니한테 해달라고 해서 할머니께 연락드렸고 할머님께서 학교에 오셔서 그쪽 부모님께 사과하고 어렵게 일이 마무리된 적이 있다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친구 얼굴을 때렸다는 거다.

영준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 본인이 하고

싶은데로 주로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면 화를 잘 내고 그게 과하면 종종 친구를 때리기까지 한다고 했다.

일단 알겠다고 죄송하다고 가정에서 잘 교육하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그 말을 듣고 전화를 끊은 나는 화부터 났다.

아이가 한 행동이 화가 난 게 아니다.

자라는 환경이 불안정하니 아이가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어른들의 잘못이지...

근데 그때는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다.

영준이의 불안정한 환경보다는 이렇게 만든 원인을

누구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만 컸다.


시어머니.


시어머니에게 모든 걸 다 탓하고 싶었다.

그러게 왜 잘 살아보려고 하는데 사사건건 간섭하시고 내 탓하시고 애를 데려가셨으면 잘 키우시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편에게 니 애 못 키우겠다 제발 데려가라 전화하시고 이런 일 있을 땐 부모인 우리에게말씀하지 않고 쉬쉬 숨기시고, 전화 온 지금도 숨기려고 하시다가 다 드러나게 되고 이런 일이 전부 화가 났다.


어머님은 일이 커지면 좋을 게 없다 여기시고 영준이를감싸고 싶으셔서 그러신 듯했다.


나는 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영준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방밖으로 날카롭고 잔뜩 성난 목소리가 욕설과 함께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실 그건 가족들에게 들으라고 하는 내 발악이었던

거 같다.

그러니까 다들 간섭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는데 왜 다들 도와주진 못할망정 선입견을

갖고 나한테 색안경을 끼고 본인들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데?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남편의 형님, 누나의 남편에게

섭섭함이 쌓여 있었다.

너는 어른이니까 애가 항상 약자겠지?

라는 전제를 두고, 새엄마니까 그러지 않을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미리걱정하는 선입견... 들 나를 늘 불편하게 했다.


시아버지 기일에 미쳐 날뛰는 나의 발악으로 모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날 시어머니를 포함해서 가족들은 나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톡톡히 보셨다.

쪼꼼 한 게 보통이 아니구나….. 성깔 더럽네…


그 뒤로 시어머님은 약 6개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남편에게 하루종일 몇 번씩 전화를 하셨다.


-내가 미안하다.

니아들 데려가라 나 도저히 힘들어서 못 키우겠다.

은정이 한테 네가 잘 말해봐라. 내가 미안하다.


같은 말만 6개월간 하셨고 남편은 나에게 우리가 데려오자. 내가 잘할게 수없이 말했다.


나는 영준이가 그곳에서 너무 고생하는 거 같아

안쓰럽고 남편도 불쌍했다.

시어머니도 이쯤 되면 애기 영준이 키우던 거랑 다르다는 걸 아셨으니 나에게 더 이상 간섭하지 않으시리라 생각했다.


6개월 만에 영준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는 그 뒤로 지금까지 늘 내게 말씀하신다.


-어미야 고맙다 네가 고생이 많다. 늘 고맙다.


지금은 솔직히 영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린애가 왔다 갔다 하느라 얼마나 맘고생 했을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었을지.... 그땐 왜 몰라줬을까...


이제라도 엄마의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그때를 돌아보고 너를 이해하는 날이 오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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