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는 소속사에서 기자 연락을 막아주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오히려 더 불안했다.
전화기 알림 창엔 여전히 수십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고, 대부분은 추측성 질문이었다.
이제 정말 도망칠 곳이 없구나.
저녁 무렵, 도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 잠깐 나올 수 있어요? 시끄럽지 않은 데 알아놨어요.
윤서는 택시를 잡아타고, 작은 골목 안 카페로 향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평범했지만, 안쪽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어둑하게 깔려 있었다.
손님도 몇 없었다.
창가 자리에서 도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자도, 선글라스도 없이. 그냥 셔츠 차림.
윤서는 순간, 이 사람이 유명 배우라는 걸 잊을 뻔했다.
“왔어요?”
그가 부드럽게 웃었다.
윤서는 맞은편에 앉으며 일부러 차가운 목소리를 냈다.
“이런 자리도 누가 보면 기사 납니다.”
“오늘은 괜찮아요. 여긴 아는 사람 말고는 잘 안 와요. 그리고…”
그가 말을 멈추더니 잔잔히 덧붙였다.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
심장이 찌릿하게 울렸다.
커피가 나왔다.
잔을 들며 윤서는 입을 열었다.
“도현 씨, 저는 솔직히 무서워요. 내가 뭘 하든 이제 기삿거리 될 수 있다는 게.”
“네. 저도 알아요.”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내려놓았다.
“근데 무섭다고 해서, 없는 일처럼 할 수는 없잖아요.”
윤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요.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그냥 지금처럼 옆에 있어주면 돼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으로 노을빛이 퍼졌다.
윤서는 무심코 물었다.
“도현 씨는 왜 이렇게 흔들림이 없어요?”
“흔들려요. 다만 안 보일 뿐.”
그가 웃었다.
“사실 지금도 떨려요. 제 앞에 윤서 씨 있는 게 아직도 꿈같아서.”
윤서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가 그런 대사 같은 말 하면 반칙이에요.”
“근데 제일 진심일 때는 대사처럼 들리더라고요.”
잠시 후, 계산을 마치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은 인적이 드물고 바람이 시원했다.
도현이 걸음을 멈추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윤서 씨, 제가 부탁 하나 해도 돼요?”
“뭔데요?”
“다음 기사에 뭐가 나와도… 제 말만 믿어줘요. 그게 진짜니까.”
윤서는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 대신 심장이 크게 울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 윤서는 창밖 불빛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내가 더 이상 팬이 아니라, 그의 편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대답은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
오늘 그의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