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파장은 예상보다 빨랐다.
다음 날, 포털 메인에는 도현의 사진과 함께 굵은 제목이 걸려 있었다.
“강도현, 의문의 여성과의 관계… 사실은?”
윤서는 손끝이 차갑게 굳는 걸 느꼈다.
매장 전화마저 기자들의 문의로 불이 났다.
“실장님, 어떻게 할까요? 인터뷰 거절해도 계속 물어봐요.”
수진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지만, 정작 윤서의 내면은 더 혼란스러웠다.
나 때문에 그가 곤란해지면 어떡하지.
저녁, 도현의 소속사 대표가 긴급 미팅을 열었다.
윤서도 함께 불려 들어갔다.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도현 씨, 요즘 중요한 시기라는 거 알잖아요. 루머 하나로도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어요.
상대가 일반인이라는 게 알려지면 팬덤 반발도 심각할 거고요.”
윤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일이 커져서…”
하지만 도현이 말을 잘랐다.
“아니에요. 잘못한 거 없어요.”
대표는 한숨을 쉬며 도현을 바라봤다.
“그럼 최소한 ‘아무 사이 아니다’라고는 해줘야지.”
순간, 윤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도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라고 말 못 하겠어요. 제가 지키고 싶은 사람인데요.”
순간 회의실 안이 얼어붙었다.
대표가 분노 섞인 한숨을 내쉬자, 도현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기사화됐습니다. 그렇다면 숨기기보다 정직하게 가는 게 낫죠.
팬들도 결국 알 거예요. 제가 장난으로 사람 옆에 두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걸.”
윤서는 옆자리에서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그의 목소리는 무모하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차라리 담담했기에 더 무게가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윤서는 매장 앞 골목에서 도현과 단둘이 마주했다.
“도현 씨… 왜 그렇게까지 말했어요? 저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인데.”
“상관없는 사람이라뇨.”
그는 순간 목소리를 낮췄다.
“윤서 씨가 내 옆에 있어 주는 게, 제겐 제일 큰 상관인데.”
윤서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직 겁나는데, 그는 왜 이렇게 단단할까.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윤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아직 확신은 없어요. 팬심이었는지, 지금 마음이 어떤 건지… 헷갈려요.
근데 한 가지는 알아요. 당신 곁에 서 있을 때, 내가 웃고 있다는 거.”
도현은 그 말에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거면 충분해요. 확신은 나중에 와도 되니까.”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열어 보니, 무대 리허설 때 팬들이 선물했던 브로치와 똑같은 디자인이었다.
“팬들이 준 건 그냥 기념으로 두고, 이건 제가 직접 준비했어요.
윤서 씨가 팬에서 더 가까운 사람이 됐다는 표시로.”
윤서는 상자를 받아 들며 눈가가 뜨거워졌다.
말로는 다 못하겠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답을 하고 있었다.
도망치지 않겠다고.
도현은 그녀의 눈빛을 읽은 듯, 짧게 속삭였다.
“이제 공식적으로, 제 편 해주실 거죠?”
윤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