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퇴근길, 윤서는 도현과 함께 골목길을 걸었다.
멀리서부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피곤한 하루에 그냥 환청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알림을 켜자마자 톡 알림이 쏟아졌다.
“실장님, 이거 뭐예요?”
수진이 급히 보낸 기사 링크.
‘강도현, 의문의 여성과 늦은 밤 동행 포착’
사진 속에는 윤서와 도현이 나란히 걷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윤서는 이불을 움켜쥐었다.
설마 어제 그 소리… 환청이 아니었구나.
매장에 나가자 직원들이 눈치를 보았다.
“실장님, 저희는 아무 말 안 했어요.”
“그냥 루머일 거라 생각하겠죠.”
그들의 말에도 윤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잠시 뒤, 매니저가 매장으로 들이닥쳤다.
“실장님, 도현 씨랑 얘기 좀 해보세요. 사진이 돌고 있어서 소속사 분위기가 심각해요.”
윤서는 당황했다.
“저는 할 말이 없는데요. 그냥”
“그냥 걷는 장면 하나에도 기사가 터지는 게 이 바닥이에요. 도현 씨는 괜찮다지만, 위에서는 달라요.”
잠시 뒤 도현이 매장에 들어왔다.
기사가 난 아침인데도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실장님, 봤죠?”
“봤어요. 큰일 아니에요.? 매니저분이…”
“알아요. 그래서 직접 왔어요.”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윤서를 바라봤다.
“윤서 씨, 겁나죠? 나 때문에 괜히”
“네. 겁나요. 솔직히 말하면.”
윤서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눈빛만은 도망치지 않았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나도 모른 척은 못 하겠어요. 어제처럼… 같이 걸을 땐 그냥 좋았거든요.”
도현은 잠시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 말, 제일 듣고 싶었어요.”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위에서 뭐라 하든 상관없어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
윤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여유와 단단함이, 자신을 더 솔직하게 만들고 있었다.
매니저가 다시 다가왔다.
“도현 씨, 오늘 미팅 들어가야 합니다. 소속사 쪽에서 대응 전략 정해야 해요.”
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네, 다녀올게요. 대신 윤서 씨 건드리지 마세요. 이건 제 문제니까.”
매니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서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속으로 작은 결심을 했다.
이젠 나도 숨지만은 말아야겠지.
밤, 윤서는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오늘 기사 때문에 힘들었죠?
잠시 뒤 답장이 왔다.
— 아니요. 오히려 좋아요. 이제 사람들도 알 테니까.
— 뭘요?
— 제가 누구한테 웃는지.
윤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기사보다 더 큰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