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윤서는 집에서 라면을 끓였다.
마트에서 도현이 굳이 같은 걸 골라 넣었던 바로 그 라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냄비를 보며, 윤서는 괜히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혼자 먹으면서도 설레다니.
젓가락을 들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강도현.
“라면 먹어요?”
전화를 받자마자 도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라면, 동시에 끓일 거 같았어요. 지금 저도 먹고 있거든요.”
윤서는 황급히 웃음을 참았다.
“이런 우연은 좀 무섭네요.”
“우연 아니고, 운명이죠.”
다음 날, 매장에서 마주친 도현은 한 손에 작은 종이봉투를 들고 왔다.
“이거, 팬들이 만들어준 굿즈인데요 실장님도 한 개 드릴게요.”
윤서가 의아한 눈빛을 보이자, 그는 웃었다.
“ 실장님 한테도 주고 싶어요. 굿즈라도 매일 보면 제 생각 날 수 있게.”
봉투 안에는 작은 브로치가 들어 있었다.
드라마 속 캐릭터 소품을 본떠 만든 팬메이드 굿즈였다.
윤서는 브로치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 사실, 나도 이런 거 모으던 사람이에요.
예전엔 밤새 포스터도 붙이고, 팬사인회 영상도 수십 번 돌려 보고.
그러다… 내 삶이 버거워져서, 다 잊은 척했죠.”
도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윤서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지금도 그래요.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예전에 내가 화면으로만 보던 그 사람이란 게 아직도 어색해요.
솔직히… 가끔은 아직도 팬 같은 마음이 앞서요.”
순간 정적.
윤서는 괜히 부끄러워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도현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귀여운데요.”
“… 뭐가요.”
“아직도 팬 같다는 말. 전 그게 더 좋아요. 그 마음 위에 지금의 저를 얹어주면 되잖아요.”
윤서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게…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팬은 멀리서 응원하는 거고, 지금은 가까이서 같이 걷는 거니까.
전 둘 다 좋습니다.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어차피 중심엔 제가 있잖아요.”
도현의 농담 섞인 말투에 윤서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사람은 늘 가볍게 시작하는데, 끝에는 진심을 남기네.
그날 저녁, 매장 문을 닫고 나오는데 도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장님, 아니 윤서 씨. 오늘은 제가 데려다 드릴래요.
팬이랑 배우가 아니라, 그냥… 너와 나로.”
윤서는 그 말에 한순간 숨이 막혔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