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저녁식사

by 은나무


퇴근 준비를 막 끝내려던 순간, 윤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이름: 강도현.

“여보세요?”
“실장님, 아니 윤서 씨. 오늘 저녁 시간 있으세요?”
“갑자기요?”
“갑자기 여야 재밌죠. 밥 혼자 먹기 싫은데, 같이 먹어줄래요?”

윤서는 잠시 망설였다.
또 기사라도 나면….
그런데 목소리 저편의 웃음이 묘하게 무장을 풀게 했다.
“…한 시간만요.”
“좋습니다. 벌써 행복해지네요.”

약속 장소는 의외였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조용한 골목 안 국숫집.
테이블은 네 개뿐이고, 오래된 벽지에는 연예인 사인이 빼곡했다.

“여기 자주 와요?”
윤서가 물었다.
“네. 데뷔 전에 단골이었어요. 오늘은 윤서 씨 데리고 오고 싶었어요.”

주인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왔다.
“아이고, 도현이 왔네? 오늘은 여자친구랑 같이?”

윤서는 순간 젓가락을 놓칠 뻔했다.
“아니에요, 그냥”
“네, 맞아요. 중요한 분이에요.”
도현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추를 더 얹어 주었다.
윤서는 얼굴이 달아올라 국수 그릇 속으로 시선을 박았다.

“왜 그렇게 놀라요?”
“방금… 여자친구라고 했잖아요.”
“그냥 사실대로 말한 건데요.”
“아직 우리 그런 거 아니잖아요.”
“아직은요. 근데 곧 그럴 거 같아서.”

도현의 입꼬리가 장난스럽게 올라갔다.
윤서는 젓가락으로 국수를 말아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럴 땐 진짜 귀찮아요.”
“누가요?”
“배우님.”
“좋아요. 귀찮게 할 수 있어서.”



식사가 끝나갈 무렵, 국수 국물이 반쯤 남았는데 도현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윤서 씨, 저 사실 국수보다 오늘 이 시간이 더 맛있었어요.”
“말은… 잘도 하네요.”
“진심인데요. 카메라 앞에서 대사 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긴장돼요.”

윤서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람, 유명 배우인데 왜 이런 말은 가볍지 않게 들리지?

식당을 나와 걸음을 옮기는데,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현이 서둘러 편의점으로 들어가 우산을 샀다.
작은 투명 우산 하나뿐.

“같이 씁시다.”
“괜찮아요. 저 금방 집이에요.”
“아니요. 오늘은 같이 걷고 싶어요.”

좁은 우산 아래, 그의 어깨와 그녀의 어깨가 닿았다.
빗방울이 투명한 비닐 위에 톡톡 부딪혔다.

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서 씨, 기사에 뭐라 쓰든… 상관없어요. 제가 원하는 건 지금처럼 제 옆에 있는 거예요.”

윤서는 대답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조금 늦췄다.
그의 걸음에 맞춰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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