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시작

by 은나무


리허설이 끝나고 이틀 뒤.

윤서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수진의 눈빛을 느꼈다.

“실장님, 이거 봤어요?”

수진이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익숙한 실루엣 사진. 무대 리허설장 옆에서 도현과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이었다.

‘강도현, 비공개 리허설에 의문의 여성?’


윤서는 얼굴이 굳었다.

“저건… 그냥 스태프잖아.”

“사람들이 그렇게 보나요? 댓글 반응 좀 봐요.”


팬들은 반으로 갈려 있었다.

‘스태프일 뿐’이라는 쪽과,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쪽.

윤서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역시 내가 거길 가지 말았어야 했나….




그날 오후,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도현이 들어왔다.

모자를 눌러썼지만, 존재감은 숨겨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웅성거리며 눈치를 줬다.


“안녕하세요, 실장님.”

그는 평소처럼 인사했다.

윤서는 일부러 차갑게 대꾸했다.

“여긴 기자들도 올 수 있는 곳이에요. 좀 조심해 주세요.”

“알아요. 근데 보고 싶어서 왔는데요.”


순간, 직원들이 동시에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윤서는 황급히 뒷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농담도 적당히 해요.”

“농담 아닌데.”

그는 태연하게 웃었다.


시술을 하며 거울 너머로 마주친 눈빛이 유난히 강렬했다.

윤서가 시선을 피하려 하자, 그가 낮게 속삭였다.

“실장님, 그 기사 봤죠? 루머.”

“봤어요.”

“저는 오히려 좋아요. 드러나도 상관없다는 뜻이니까.”


“도현 씨”

네. 윤서 씨.”

그는 일부러 이름을 불렀다.

“그냥 이렇게 불러도 되잖아요? 어차피 기사 덕분에 다들 궁금해하는데.”


윤서는 순간 손이 멈췄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태연하게 선을 넘을까.


시술이 끝나고, 계산대 앞에서 직원들이 슬쩍 거리를 두며 웃고 있었다.

“실장님, 오늘은 서비스로 드려도 되지 않아요?”

수진의 장난에 윤서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무슨 소리야, 얼른 계산해 드려.”


도현은 카드를 내밀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요. 오늘은 제가 두 배로 내고 싶으니까.”


“왜요?”

“실장님 얼굴, 기사보다 오늘이 훨씬 예쁘니까.”


순간, 직원들이 “꺄아” 하고 장난스레 비명을 질렀다.

윤서는 급히 뒷머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웃음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는 떨림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퇴근길, 골목길에서 도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집까지 데려다줄까요?”

“안 돼요. 또 사진 찍혀요.”

“그럼 더 좋죠.”

“도현 씨!”

그녀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금세 표정을 가라앉혔다.


“알아요. 실장님 힘들까 봐. 그래서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숙였다.

“근데 알아주세요. 기사에 뭐라 쓰든, 제 마음은 안 바뀌어요.”


윤서는 그를 향해 대꾸하지 못했다.

대신 가슴이, 기사보다 더 큰 소문처럼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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