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의 박수

by 은나무


리허설장은 생각보다 더 컸다.

수천 명의 팬석 대신 빈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지만, 무대 위 조명은 이미 공연처럼 강렬했다.

윤서는 스태프 패스를 목에 걸고 조심스레 입장했다.

심장이 이상하게 빠르게 뛰었다.

내가 여길 왜… 팬석이 아니라 스태프로 들어온 거잖아. 그런데 왜 예전보다 더 설레지?


도현은 무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검은 셔츠에 슬랙스, 마이크를 손에 쥐고 리허설용 노래를 맞추고 있었다.

조명이 켜지자 그의 얼굴이 스크린에 확대됐다.

윤서는 순간, 예전처럼 관객석에서 카메라를 들던 때가 떠올랐다.

“진짜 잘생겼다…”

혼잣말이 새어 나올 뻔해, 그녀는 황급히 입술을 깨물었다.




“컷! 이번 동선 괜찮습니다.”

스태프의 목소리가 울리고, 도현이 무대에서 내려왔다.

윤서를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

“왔네요.”

“네. 생각보다… 무대가 크네요.”

“실장님 눈엔 늘 제가 더 커 보일 거예요.”


그 짧은 농담에 윤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팬심과 직업 사이, 어딘가 애매한 경계에서 자꾸만 웃게 되는 자신이 낯설었다.


리허설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곡이 끝나고, 도현이 무대 위에서 팬석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을 연습하는데 그 순간, 그의 시선이 곧장 윤서를 향했다.

텅 빈 수천 개의 좌석 사이, 단 한 명의 관객처럼.


손끝이 정확히 그녀를 가리키는 듯 들려 있었다.

… 나야?

윤서는 순간 눈을 피했다. 하지만 심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쉬는 시간, 도현이 다가와 물병을 내밀었다.

“실장님, 아까 제 눈 피했죠?”

“아니에요. 그냥...”

“저는 실장님만 보였는데.”


윤서는 물병을 받아 들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가볍지 않게 말하지?


리허설이 끝나갈 무렵, 소속사 관계자가 다가왔다.

“도현 씨, 오늘 비공개라지만 사진 조심하세요. 요즘 작은 루머도 커지니까.”

윤서 쪽으로 스치듯 시선이 머물렀다.

순간 윤서는 뒷덜미가 뻣뻣해졌다.

역시,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


도현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제 리허설은 오늘도 완벽했으니까.”

그리고는 윤서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제일 중요한 관객도 왔으니까요.”


리허설이 모두 끝나고, 장비를 정리하던 윤서는 무대 위 조명이 꺼진 빈 객석을 바라봤다.

불 꺼진 좌석들은 여전히 웅성거리는 팬들의 환영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때 도현이 옆에 섰다.

“실장님, 나 처음 데뷔 무대 올랐을 때 기억나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때도 똑같았어요. 수천 명 앞에서도, 제 눈엔 단 한 사람만 보였어요.”


윤서는 숨을 삼켰다.

“오늘도. 단 한 사람만 보였어요.”


말이 끝나자, 누군가 플래시를 터뜨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순간이 강렬했다.

윤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신 심장이, 그 어떤 함성보다 크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