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데이트

by 은나무


포옹 이후, 윤서는 매일이 달랐다.

거리에서 기자들이 여전히 눈을 번뜩이고, 매장 앞에도 낯선 얼굴들이 서성거렸지만, 도현의 품을 기억하는 순간마다 이상하게도 덜 흔들렸다.


나를 붙잡아준 사람이 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


며칠 뒤, 도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오늘 저녁, 비밀 데이트 어떠세요?

— 또 무슨 이벤트 준비했어요?

— 이번엔 그냥 밥. 단둘이.


윤서는 괜히 미소가 번졌다.

저녁, 도현이 안내한 곳은 도심 골목 안 숨은 작은 식당이었다.

아늑한 조명과 잔잔한 음악, 손님도 거의 없는 공간.


“여길 어떻게 알았어요?”

윤서가 물었다.

“예전에 감독님이 알려주셨어요. 유명인들이 몰래 오는 단골집이래요.

오늘은 여기서… 우리만의 데이트.”


식탁 위에는 소박한 파스타와 와인이 올려졌다.

윤서는 와인잔을 들며 웃었다.

“이런 분위기, 좀 어색해요.”

“왜요? 저는 너무 좋은데.”

“배우님이랑 같이 있으니까… 영화 장면 같아서요.”

“영화 아니에요. 현실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제 여자 주인공이 윤서 씨예요.”


윤서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와인잔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도현이 바로 알아챘다.

“봐요. 벌써 연기 시작했잖아요. 긴장하지 말라니까.”




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작은 테라스로 나왔다.

도심의 불빛이 멀리 반짝였고, 바람이 은은하게 불었다.

윤서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렇게 숨은 자리에서만 만나야 하는 게… 가끔은 답답해요.”


도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네. 나도 알아요. 근데 지금은 지켜야 할 게 많으니까.

대신, 여기선 우리 마음대로 해요. 아무도 없으니까.”


그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세며 말했다.

“오늘은 손 잡기, 팔짱 끼기, 어깨 기대기… 메뉴 고르듯 골라봐요.”


윤서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에 가볍게 기대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욕심 안 내네요?”

“아껴야 오래가죠.”

“그럼 전 다음 코스까지 예약할게요.”


밤이 깊어갈수록 두 사람의 웃음은 잦아들고, 대신 조용한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도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서 씨, 전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을 봐도 외롭다고 느낀 적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단 한 사람 덕분에… 꽉 채워진 느낌이에요.”


윤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귓가에 맴도는 진심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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