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사인회 다음 날, 포털 메인은 온통 도현의 사진으로 도배됐다.
〈강도현, 의문의 여성과 손 맞잡아〉
〈여자 주인공은 스태프? 연인?〉
윤서는 매장으로 출근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 휴대폰으로 기사를 보는 순간, 괜히 숨이 막혔다.
매장에 들어서자 수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실장님, 괜찮아요?”
“괜찮아.”
윤서는 태연한 척 웃었지만, 속은 점점 더 조여 왔다.
손님들 중 몇은 은근히 휴대폰을 들어 윤서를 훑어보았다.
‘저 사람 맞지 않아?’
속삭임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날 저녁, 윤서는 결국 퇴근길에 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현 씨… 우리, 그냥 여기까지만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뭐가 여기까지 인데요.”
“이 관계요. 난 괜찮지만, 당신한텐 치명적일 수 있잖아요.
팬들이나 소속사, 기자들… 결국 다 당신한테 향할 거예요.”
말을 하면서도 윤서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도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호한 한마디.
“어디예요?”
잠시 후, 윤서의 집 앞 골목에 도현이 서 있었다.
윤서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촬영은요?”
“잠깐 빠져나왔어요. 더는 못 기다리겠더라고요.”
그는 곧장 다가와 윤서의 어깨를 붙잡았다.
“윤서 씨,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요.
여기 까지라니… 저는 이제 막 시작인데.”
윤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난 겁나요. 내가 당신 발목 잡는 거 같아서—”
그 순간, 도현이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낯선 골목의 밤공기 속, 그의 품은 놀라울 만큼 따뜻했다.
윤서는 처음엔 몸을 굳혔지만, 곧 심장이 두근거리며 속삭였다.
이게 내가 원했던 자리였구나.
도현의 목소리가 귀 옆에서 낮게 울렸다.
“윤서 씨, 세상이 뭐라 해도 상관없어요.
저는 이미 선택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내 옆에 있어줘요.”
윤서의 눈물이 그의 어깨에 스며들었다.
그녀는 결국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둘은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도현이 천천히 품을 풀며 웃었다.
“오늘 포옹, 공식 1회 차예요.”
“뭐요?”
“앞으로 평생 횟수 세어볼 거예요. 몇 번 했는지.”
윤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섞인 웃음이었지만, 마음만은 훨씬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