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도현은 일부러 번화가를 피해 조용한 강변 도로로 차를 몰았다.
놀이기구의 환한 불빛 대신, 창밖엔 고요한 달빛만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운전대를 잡은 채 도현이 물었다.
윤서는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꿈같았어요. 놀이공원에 앉아 있는 우리가, 진짜 평범한 연인 같았으니까.”
도현은 짧게 웃었다.
“저는 그게 제일 좋아요. 카메라 앞에 있는 날보다, 윤서 씨 옆에 있을 때가 더 저 같아서.”
집 앞에 도착했지만,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짧은 정적 끝에 윤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도현 씨.”
“네.”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까요?”
도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무슨 뜻이에요?”
“기사, 팬들, 소속사… 결국 우리 둘만의 일이 아니잖아요.
나보다 도현 씨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일이니까.”
윤서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도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 둘만의 일은 아니겠죠.
근데 그렇다고 멈추고 싶진 않아요.
제가 택한 건 윤서 씨고, 그 선택을 후회할 생각은 없어요.”
윤서는 눈을 깜빡였다.
그의 말투는 무모하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그냥 단단한 확신이었다.
“윤서 씨, 저한테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
“… 뭔데요?”
“불안할 때, 혼자 끙끙대지 말고 꼭 말해 주는 거.
숨기는 게 더 아프니까.”
윤서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동안 혼자 감당하려고만 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알겠어요. 노력할게요.”
“아니요, 노력 말고 그냥 해요.”
도현이 웃으며 덧붙였다.
“전 노력만으로는 못 버틸 것 같으니까.”
차 안 공기가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윤서는 용기를 내어 그의 손등 위에 손을 포개었다.
“그럼, 나도 약속 하나 받아낼래요.”
“네. 뭐든 해요.”
“앞으로도 나를 그냥… 팬이자 여자친구로 대해 주세요.
내가 원래 어떤 마음이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럼요. 제일 오래된 팬이자, 지금은 제일 가까운 사람.
이제 ‘우리’라는 이름으로.”
윤서는 그 말에 눈가가 조금 젖는 걸 느꼈다.
“우리라… 말 참 좋네요.”
“좋죠? 그럼 내일부터는 ‘나’ 대신 ‘우리’로 시작해요.
우리 뭐 먹을까, 우리 뭐 할까.”
윤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귀찮게 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