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윤서 씨를 위해 제가 준비했어요.”
도현이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단단히 쓴 채 윤서를 불러냈다.
목적지는 다름 아닌 놀이공원.
윤서는 입구 앞에서 눈을 크게 떴다.
“여길… 진짜 가요?”
“네. 어릴 때부터 가장 와보고 싶었던 데이트 코스였어요.
근데 늘 눈치 보여서 못 왔거든요. 오늘은 꼭 하고 싶었어요.”
입구를 지나자 아이들 웃음소리와 음악이 뒤섞여 공기가 달라졌다.
도현은 티켓을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실장님, 오늘은 헤어 실장이 아니라 제 여자친구 역할이에요.”
“역할이라뇨,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럼 그냥 제 여자친구로?”
윤서는 답을 못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웃음이 모자 너머로 반짝였다.
첫 코스는 롤러코스터였다.
윤서는 안전벨트를 매며 중얼거렸다.
“나 이런 거 잘 못 타는데….”
“괜찮아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
출발과 동시에 바람이 몰아쳤다.
윤서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옆에서 들려오는 도현의 웃음소리에 순간 힘이 빠졌다.
“실장님, 귀여워요! 눈도 못 뜨고!”
“강도현, 가만히 좀 있어요!!”
코스터가 끝나고 멈추자 윤서는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도현은 그런 윤서를 보며 숨이 찰 듯 웃었다.
“오늘 제일 재밌는 장면, 방금 찍혔네요. 머릿속에.”
다음은 게임 코너.
사격 게임에서 도현은 의외로 실력이 형편없었다.
화면 속 과녁을 놓칠 때마다 윤서가 웃음을 터뜨렸다.
“배우님 이미지 다 깨지네요.”
“저 액션 영화 몇 번 찍었는데… 큰일 났다.”
“거기선 CG가 도와주겠죠.”
윤서가 대신 총을 잡자, 한 번에 불빛이 켜졌다.
“실장님, 멋있다.”
“지금은 제가 배우 같죠?”
“네. 제 히어로.”
도현의 장난스러운 박수가 이어졌다.
마지막은 회전목마였다.
아이들 사이에 나란히 앉아 천천히 돌아가자, 윤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우리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어차피 다 애들이라 눈치 안 봐요.”
도현이 천천히 다가와 속삭였다.
“윤서 씨, 오늘 하루 진짜 행복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런 평범한 하루가 제겐 제일 큰 선물이에요.”
윤서는 가슴이 두근거려 시선을 피했다.
그러다 결국 작게 대답했다.
“저도… 그래요.”
회전목마의 불빛이 반짝였고, 두 사람은 그 안에서 잠시 어린아이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