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앞에서

by 은나무


며칠 동안 윤서는 거의 매일 기사를 봐야 했다.

〈강도현, 같은 여성과 또 목격〉

〈점점 짙어지는 연애설, 소속사는 “사실 무근”〉


매장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손님 중 누군가는 은근히 윤서를 훑어보고 수군거렸다.

이젠 도망칠 곳이 없구나.

윤서는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 도현의 소속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윤서는 텔레비전을 켜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화면 속 그를 확인하고 말았다.


검은 슈트 차림의 도현이 단상 위에 서 있었다.

수십 개의 플래시가 번쩍이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연애설 사실입니까?”

“사진 속 여자가 스태프라는 소문이 있는데, 맞습니까?”


윤서는 소파 끝에 앉아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어떻게 말할까.


도현은 잠시 마이크를 잡은 채 침묵했다.

그 고요가 오히려 더 큰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저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처음엔 스태프였고, 예전엔 팬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순간 기자들의 플래시가 폭발하듯 터졌다.


“그게 연인 관계라는 뜻입니까?”

한 기자가 재차 물었다.

도현은 흔들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제가 선택한 사람이고, 앞으로도 지킬 사람입니다.”




윤서는 숨을 멈춘 채 화면을 바라봤다.

가슴이 요동쳤다.

이런 선택, 정말 해도 괜찮을까….


그런데 동시에 눈물이 고였다.

그가 세상 앞에서 내 이름을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이미 모든 걸 말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도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봤어요?”

윤서는 눈물이 맺힌 채 대답했다.

“… 봤어요. 왜 그렇게까지 했어요.”

“왜냐면, 숨기고 사는 게 더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이제야 말할 수 있겠네요. 윤서 씨, 제가 얼마나 진심인지.”


윤서는 목소리가 떨렸다.

“나, 정말 겁나는데….”

“괜찮아요. 겁나는 거 나한테 다 줘요.

대신, 저한테는 윤서 씨만 주세요.”


윤서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반칙이에요. 배우가 이런 대사 치면 누가 버텨요.”

“저는 배우 아니에요. 지금은 그냥… 윤서 씨 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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