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빛 가운데 서 있다

by 은나무


사는 게 늘 정신없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를 버티는

일에 집중했고, 출근하고, 일하고, 돌아오면

또 엄마이자 아내로서 살아내야 했다.
온 정신과 에너지를 다 쏟아내다 보면
내 마음 하나 돌볼 틈도, 나를 다독일 여유도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왕복 두 시간 출퇴근에 하루 10시간을 꼬박 일하고,
쉬는 날엔 밀린 집안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여전히 분주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내 안에 ‘여유’라는 게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는 거다.
마음속 깊은 상처가 아물었고,
그 긴 동굴 속을 벗어나 나는 지금,
조용히 빛 가운데 서 있다.



팔자 사납기로 소문났던 나의 친정엄마.
한때는 내가 짊어져야 할 짐처럼 느껴졌던 엄마도
이제는 내가 존경하는 한 인간으로 남았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술과 남자 모두를 끊고
(그게 얼마나 오랜 시간의 싸움이었는지 나는 안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살려고 애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엄마 딸로 태어나서 고생 많았다. 정말 미안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에 얼어붙어 있던 오랜 미움과 원망이
조용히 녹아내렸다.



이제 더 이상 과거는 나를 붙잡지 못한다.
나는 지금의 일상을 살아가며,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고 있다.
때로는 여전히 힘들고, 지치고, 흔들리지만 이젠 안다.



오늘의 어려움도 또 다른 10년 뒤,
더 단단하고 멋지게 익어갈 나의

50대를 위한 과정이라는 걸.



하루를 버티기 위해 애쓰던 나는 이제 하루를 기대하며 산다.
내 삶의 경험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믿는다.



정말 두서없이, 그냥 쏟아내듯 써 내려간 내 글들이
이제 한 권, 두 권 책이 되어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 한 분이라도 내 이야기를 읽고
“나도 괜찮아질 수 있구나” 하고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당신 안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조용히 직면하고, 치유할 용기를 내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 하루,
당신 곁의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보는 시간도 갖아보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빛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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