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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낳은 아들 VS 내가 낳은 아들

by 은나무


저의 독자분들은 대부분 아실 거예요.
저는 이전에 〈나는 되바라진 며느리다〉 브런치북에서
시어머니의 독특한 소비습관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지나치게 과한 소비, 필요 이상으로 쟁여두는 습관,
세일만 보면 장 보듯이 쓸어 담는 그 패턴들.

오늘 할 이야기는…
그 어머니의 아들 제 남편의 소비 이야기입니다.




어제 남편에게서 카톡이 하나 왔다.

우리 집 앞에 새로 생긴 대형마트 전단지를 찍어 보내며


“요즘 이거 보는 재미로 산다.
엄마 마음을 이제 이해하겠다.”


라고 말했다.

어제 오후 남편이 보낸 실제 카톡내용


남편이 살림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약 2년 반 전쯤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고부터였다.



그전까진 라면 하나 겨우 끓일 줄 아는 남자였다.
주방일은 거의 못했고 청소·빨래 정도만 도와주는 수준.



그러다 어느 날 남편이 밀키트를 사다가 아이들과

해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감동했고 남편은 그 칭찬에 더 감동했다.



칭찬에 약한 남자답게 나는 그때마다 박수도 치고

“여보 최고야 진짜 훌륭한 아빠야!”
라고 추켜세웠다.



그랬더니 남편은 자신감을 얻어 유튜브로 요리영상까지 찾아보며 점점 실력이 늘었다.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고 내 저녁도 차려주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낌없이 칭찬을 해줬다.



그렇게 점점 모든 살림이 남편 손으로 넘어갔다.
우리 집 재정도 원래 남편이 맡고 있었다.



나는 즉흥적이라 가계관리를 잘 못해 남편이 관리했고
부동산이나 차 같은 건 내가 제안하고
실행은 남편이 하는 구조였다.



그런 남편에게서…
어느 순간 시어머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인하면 무조건 사고, 세일이면 쟁여놓고, 필요 이상의 충동구매. 남편은 장난처럼 말했다.



“엄마가 왜 그러는지 이제 알겠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여보… 제발 너무 그러지 마. 나 걱정돼.”

“걱정하지마. 어차피 당신은 편하잖아.
집안일 내가 다 하고. 애들도 잘 먹고.”



그 대화가 머릿속에 남아있던 찰나.

오늘 일터에 있는데 아들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다.



평소 주말엔 내가 바빠서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데

웬일인가 싶어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엄마!! 아빠 오늘 혼나야 돼!”

“왜? 무슨 일인데?”

“엄마, 아빠가 홍시 하나 사러 마트 갔다가 다른거 까지
10만 원어치 사 왔어! 라면도 집에 많은데 세일이라고 또 사고 과자며 뭐며… 그냥 바리바리 사 왔어!!
이거 낭비 맞지? 엄마가 아빠한테 좀 말해야 될거 같아!”



아…
이번엔 내가 낳은 아들이 아빠를 일렀다.



퇴근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오늘 뭐 했어?”

“마트 갔다가 애들 밥 해 먹였지.”

“아까 영재가 뭐라고 하던데?”

“… 뭐? 내가 장보러 가서 과소비했다고?”

남편은 변명하듯 말했다.



“나도 몰랐어… 세일이라고 가격표에 2천 원 3천 원 붙어있길래 몇 개 집었더니 계산대에서 10만 원이 넘더라고.
이제야 우리 엄마 마음을 알겠더라…”



그리고 하는 말.


“영재가 그걸 당신 일하는데 전화로 일렀다고…?”


휴…


시어머니가 낳은 아들과 내가 낳은 아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는 오늘도 이쪽저쪽 참 피곤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어머니가 낳은 아들도 내가 낳은 아들도 모두 사랑스러운데.



“시어머니의 아들은 세일만 보면 눈이 뒤집히고,

내 아들은 그걸 보고 엄마에게 바로 고자질한다.

둘 다 귀엽지만… 솔직히 내 아들이 더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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