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 쓰는 미용사 은나무입니다.
최근에 연재가 끝났고 또 새로운 연재 준비와
본업도 바쁘다 보니까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에 제대로 답을 못 할 때가 많았어요.
다른 작가님들 브런치에 자주 못 가는 것도 아쉬웠고요.
그게 늘 마음에 남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어요.
가벼운 일상이야기와 저와 여러분의 소통에 대해서요.
오늘 미용실에서 커트 고객님 얼굴이랑 두피에 두드러기처럼 뭐가 조금씩 올라와 있길래 혹시 몰라 여쭤봤어요.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유제품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겼어요.
아이스크림이랑 믹스커피 조금 먹었더니 이래요.”
예전엔 없던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제 예전 일이 떠올랐어요.
아마 이 얘기는 브런치에 아직 꺼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첫째가 초등 저학년, 둘째가 어린이집 다니던 시절.
우리 가족은 거제도로 2박 3일 여행을 갔어요.
아이들 데리고 가는 길은 늘 그렇듯
휴게소를 여러 번 들렀고, 도착하니 거의 저녁이었어요.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러 횟집으로 갔고 저와 남편은
오랜만에 회에다가 소주 한 잔씩 마셨어요.
그리곤 숙소로 돌아와 맥주도 한잔 더 마시고
다음날 일정을 위해 일찍 잠들었죠.
그런데 새벽에
자꾸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코도 막힌 것 같고, 목도 점점 조여 오는 것 같고.
처음엔 ‘아 감기 오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너무 힘들어서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 속 저를 보고 너무나 놀랐어요.
얼굴이 퉁퉁 부어서 한쪽 눈은 아예 안 떠지더라고요.
목도 부어오르고
숨도 잘 안 쉬어지고…
급히 남편을 깨워서 그새벽에 바로 응급실로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에요”라고 하시더군요.
생각해 보면 그날 새로운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사람 몸이 참 예측할 수 없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주사 맞고, 수액 맞고
몇 시간 있다가 숙소로 돌아왔어요.
아침에 아이들이 제 얼굴을 보고
놀라서 울먹이는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제가 도저히 더 여행을 이어갈 수 없는 상태라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근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졸음운전을 한 거예요.
전날 피로와 수면부족 숙취가 남아 있었던 거죠.
정말 아찔했어요.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여전히 한계가 보였어요.
그래서 결국 제가 운전대를 잡았어요.
한쪽 눈은 여전히 안 떠지는 상태였지만
‘우리 네 식구 무사히 집에 가야 한다’
이 마음 하나로
거제도에서 안양까지 운전해서 올라왔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쩌면 웃기고, 어쩌면 눈물 나는,
엄마니까 할 수 있었던 무모한 용기였던 것 같아요.
고객님 알레르기 이야기 하나가
어쩌다 보니 저도 이런 기억을 꺼내게 만들었네요.
오늘은 이렇게 저의 옛날 에피소드도 하나 꺼내보고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사진도 같이 올려볼까 해요.
어제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10여 년 전 저희 모습이
참 앳돼 보이더라고요.
브런치에 남편이야기도 많이 한 김에 얼굴 공개 합니다^^
오늘은 조금 더 가까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날이에요.
연재와 본업에 치여
자주 소통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내일과 모레는 제가 쉬는 날이라
여러분이 남겨주시는 이야기들에
좀 더 차분히 답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하고 싶은 말,
평소 궁금했던 점,
듣고 싶은 이야기,
혹은 그냥 일상 하나라도 좋아요.
편하게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성심껏 대답해 볼게요.
오늘은…
우리 조금 더 가까이서 이야기 나눠요.
“우리의 일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윌리엄 포크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