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아주 예민하고 불안하고 많이 지쳐 있다.
오래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왔고
상담도 꾸준히 이어왔다.
글을 쓰며 많은 치유를 경험해 왔다고 믿었는데
바로 어제까지의 나와 전혀 다른
아주 오래 전의 내가
다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래서 더 심난하고
당황스럽고
어쩐지 낯설기까지 하다.
스스로를 조절하기 어려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눈치를 챌 만큼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화를
쏟아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의 나는
나를 바라보고
내 삶의 과정을 되짚으며
나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나는 스스로를 ‘상처받은 치유자’라고도 불렀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다시 방황하고
불안하고
아프다.
이번에 느끼는 감정은
무기력도, 우울도, 불안도, 분노도, 절망도 아닌
그 모든 것을 지나
그냥 너무 지쳤다는 감정에 가깝다.
화가 나고
내 존재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나는 무엇인가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살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고
죽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다.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나는
‘존재하는 나’라는 이름에서
잠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약을 조절해 가며
내 변화를 지켜봤지만
여전히 불안정하고
울그락불그락하는 나를 마주할 때면
수치스럽고
바보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늘 괜찮은 척하며 살아오지 않았을까.
아파도 금세 나아진 척
괜찮아졌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설득하며 시간을 지나온 건 아닐까.
‘괜찮아져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하며 버텨온 것’
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지금의 나는 낯설다.
돌아오는 월요일
나는 다시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처음 병원 예약을 하고
진료일을 기다리던 그때처럼
이번 진료일도 유난히 기다려진다.
제발,
내가 다시 안정되기를.
며칠 뒤의 내가
조금 더 밝아지기를.
괜찮아져서,
정말로 괜찮아지기를.
이 글은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명도 아니고
회복을 선언하는 글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그저 다시
나를 데리고
처음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시간도
언젠가는
나의 한 페이지가 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