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40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두려움을 이겨내고 반드시 이겨낸다

by 이은정 Nov 25. 2024
아래로


죽어야겠다 는 생각을 여기서 도망쳐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꿨다.

나는 원래 마음먹고 생각하면 실행도 빠르게 하는 성격이다. 내가 살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첫 번째 실행에 옮긴 일은 다시 미용실에 취업하는 일이었다.

남자에게 벗어나 세상으로 나왔을 때 다시 노래방 도우미 같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배운 것도 없고 마땅히 하고 싶은 일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방 일을 하다 다리가 다치면서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일해봤던 경험을 살려서 미용기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친한 언니도 내게 미용기술을 배워서 그 남자에게 벗어나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당장에 미용실에 취업을 했다.


살아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은 나보다 어린 나이의 디자이너 선생님 보조를 맞추는 일도 힘든지 모르고 버텼다.

아직은 그 남자 곁에 생활하고 있었기에 월급이 적은 건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서서히 그 남자 손아귀에서 벗어날 준비를 시작했다.

미용실에 다닌 지 일 년이 지났다. 기독교인이셨던 원장님과 함께 다니시던 교회 권사님이 내 사정을 아시게 됐다.

나를 가엽게 생각하셨고 나를 돕기를 원하셨다. 그 뒤로 일 년을 더 함께 근무하며 그분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그 남자에게서 탈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일 년 뒤 나는 원장님, 권사님 그리고 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계획대로 그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기를 성공한다.



그동안 어딜 가서 일해도 혼자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배웠다.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모든 걸 끊어내고 옷 가방 하나만 들고 남자와 살던 집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곳을 벗어나 새 출발 하는데 까지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으나 그 뒤로부터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했다. 아무도 없고 살아 본 적 없는 도시에서 처음부터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했다.

작은 지하 원룸 방을 구했고 이불을 장만했다.

7년 만의 자유는 나를 숨 쉬게 했다.

늘 숨 막히는 공간에서 매일 같은 소리를 들었다. 무기력한 하루하루 속에 술만이 나를 살게 했다. 죽어야 끝이 날 거 같은 깊은 터널 끝에서 나를 도와주러 온 손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는 의지가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됐다.

내가 만약 그때 나를 도와주려는 손길을 만났어도 나를 짓누르고 억압하는 그 남자의 두려움 때문에 벗어날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지금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누리지 못했을 거다.

삶이 힘들고 외로워 지쳐 무너져만 가도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고 작은 용기와 의지만으로도 힘을 낼 수 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줄곧 꿈꾼 삶은 그저 평범함 이였다.

평범한 가족관계. 평범한 학교생활. 너무 가난 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적당한 살림살이.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삶.

평범한 환경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인생. 내 억센 팔자를 자식에게 대물림하지 않는 인생.


그게 나의 유일한 꿈이었다.

그냥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


나는 지금 그 남자를 떠난 지 14년이 흘렀다. 끝날 거 같지 않은 그 긴 시간을 지나 지금은 너무도 평범하게 꾸었던 꿈을 이루며 살아내고 있다.


어린 시절 미영이는 내가 정말 그렇게 살았나 싶게 기억이 가물거린 거 같고 꿈에 그 남자를 만나면 베개가 젖을 정도로 울다 잠에서 깨곤 하지만 지금이 지금 이 순간이 평범하게 살아내는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빛나는 특별한 날이다.


이전 09화 현실도피 온라인 세상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