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보 우리 나이트 놀러 갈까?
우리는 나이트에서 만난 커플답게 데이트도 나이트에서 종종 즐겼다.
지금은 술도 전혀 마시지 않고 음주가무를 끊고 산지 오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술과 유흥은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우리의 일상적인 데이트는 맛집에서 1차 식사와 술, 2차 호프집, 3차 노래방, 4차 기분 좋으면 나이트, 5차 해장국. ( 이게 무슨 평범한 남녀 일상적인 데이트였을까요? 거의 회사 동료들 회식 절차 같네요.)
아무튼 우리는 이렇게 술을 좋아했고 노래와 춤을 좋아했다.
어느 한 사람만 좋아하면 맞추기 힘들 텐데 이런 면에선 둘이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아참 남편은 술이 약했다.
언제나 술자리에서 남편은 술에 취해 늘 꾸벅꾸벅 졸고 앉아 있었고 나는 그런 남편을 앉혀 놓고 끝까지 마시는 참 특이한 커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둘 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얼추 기분이 좋아지면 노래방을 찾았다.
그쯤 되면 남편은 다시 술이 깼다. 취하기도 금방 취했고 깨기도 금방깨는 남자.
둘은 참 잘 놀았다. 같이 신나게 노래 부르고 엉덩이 흔들어 대며 놀다 보면 기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기분이 점점 더 업이 되었다.
"오빠 우리 나이트 가서 좀만 더 놀다 갈까?"
"좋지~ 오늘은 어디로 가볼까?"
"가까운 데로 가자"
"아냐 오늘은 안산 중앙동에 젊은 친구들이 가는 데 가보자"
"우리는 거기 가면 늙은이들이야 애들 노는데 가서 뭐 하려고"
"우리도 젊은 친구들 노는데 가보자"
"거기 엄청 크다고 그러던데 나 지금 술좀 취했어 자리 못 찾아다닐 거 같아"
"나 술 다 깼어 오빠만 믿어"
우리는 결국 안산에 있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는 대형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나이트에 들어서자마자 크기에 깜짝 놀랐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무대는 저어기 아주 쪼그맣게 보이고 나머지 공간은 꽉 찬 테이블이 차지했다.
"오빠 나 여기 너무 크고 자리가 다 비슷비슷해서 자리 못 찾아다닐 거 같아. 우리 나가자 딴 데 가자"
"걱정 마 오빠만 믿어 오빠 하나도 안 취했어"
정말 그래 보였다. 나는 좀 알딸딸 취해서 자리를 찾아다니기 헷갈릴 거 같았는데 남편은 아까랑 다르게 술이 깨 보였다.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데 남편만 믿어보자 하고 젊은이들이 노는데서 함께 있어보고 싶기도 했다.
우리는 웨이터가 안내하는 자리에 착석했다.
어라? 이거 너무 중앙인데? 어디가 어딘지 도통 헷갈리게 생겼는데? 다닥다닥 똑같은 테이블이 모여있어 거리감을 잴 수 없는 아리송한 자리였다.
에라 모르겠다.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며 자리를 외우는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놀러 왔기 때문에 기본만 시켜놓고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스테이지로 나갔다.
둠짓둠짓 음악에 취해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깔 재미나게 흔들어 댔다.
남편은 항상 추는 춤이 똑같았다.
양팔을 앞으로 뻗은 뒤에 어깨를 번갈아 가며 둠짓둠짓 움직이는데 꽤 귀여운 춤이었다.
함정은 맨날 그 춤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뭐 별다른 게 없다. 그래도 왜 그리 재미있던지 우리는 마주 보고 흔들어 대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음악이 끝나고 자리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남편은 내손을 붙잡고 당당히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나는 남편만 믿고
"여기 맞아?"
"응 여기 맞아 앉아"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았다.
갈증 난 목을 축이려고 맥주를 잔에 따라 둘은 짠~~!!! 하고 들이켰다!
어라? 근데 뭔가 이상하다? 생각해 보니 아까 우리 맥주 안 땄는데 왜 잔에 맥주가 남아있었지?
"오빠 우리 지금 술 처음 딴 거 같은데 술잔에 술이 남아 있던 거 뭐야? 여기 우리 자리 아닌 거 같아"
남편은 허둥지둥 주위를 살핀다.
우리 자리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자리 주인이 돌아왔다.
"뭐에여?"
"죄송해요 자리를 착각했어요 맥주까지 마셨어요 죄송합니다. 맥주는 다시 시켜드릴게요."
맥주를 다시 주문해 드리고 우리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자리를 찾아갔다.
"오빠 뭐야~~ 오빠만 믿으라며 하하하하하"
우리는 민망함과 이 상황이 재밌어서 깔깔깔 웃고 말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여기 너무 크고 진짜 헷갈리게 생겨서 찾기 힘든 건 사실이야.
화장실을 갈 때도 둘은 손을 꼭 잡고 다녔다.
길을 잃을까 봐.....
그리고 또 댄스타임 우리는 신나게 흔들어 대며 재밌는 시간을 즐기고 자리를 찾았다.
이번에도 남편은 이번엔 확실하다며 자리에 앉았다.
나는 뭔가 여기도 아닌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 앞에 서서 여기 아닌 거 같아라고 말하는 순간
"아저씨 뭐예요? 여기 제자린데요? 나오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자리를 착각했네요."
아니 나만 믿으라더니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더니 젊은이들이 있는데 가보자더니 두 번이나 이게 뭔 창피함이냐고 하하하하하.
이 허당미 가득한 남편아. 우리는 그 이후 서둘러 나이트를 나왔다.
더 이상 그 정신없는 곳에서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남편을 믿을 수도 없었다.....
며칠 전 일을 마치고 퇴근길,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달래려 신나는 음악이 듣고 싶었다.
검색창에 신나는 음악을 검색했더니 그때 그 시절 메들리 음악이 나왔다.
오랜만에 듣는 댄스 음악 메들리를 듣다 보니 그때 남편과 나이트에서 데이트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우리가 만났던 그날부터 연애하면서 즐겨 찾던 나이트.
그렇게도 재밌어하며 즐기던 음주가무들....
지금은 내가 그랬었나? 싶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이날은 문뜩 그때의 추억에 빠져 들었다.
요새는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 가도 재밌게 놀 수 있을 텐데...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우리 나이트 놀러 갈까?"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돌아온 대답은
"좋지 언제 갈까? "
둘은 동시에 깔깔깔 웃음부터 터져 나왔다.
어떤 이유도 사연도 덧붙이지 않아도 그냥 한마디에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게 참 재밌는 우리 부부다.
당장이라도 애들만 아니면 우리는 가서 놀고 올게 분명하니깐.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야 하는데 애들 방학하면 가볼까?
남편과 계획을 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