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와타사와

타임스퀘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대한 스크린들로 빛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움직였고, 도시의 활기는 여전했다.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지만, 그들의 발걸음에는 어디선가 스며든 미래에 대한 불안과 피로도 서려 있었다. 도시의 불빛은 찬란했지만, 그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남자가 타임스퀘어 한가운데에 서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장면은 낯설지 않았다. 화면 속에서는 한때 세상을 흔들었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들린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쪽지를 꺼내 펼쳤다.


‘포기하지 마라. 몇 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말해주진 않는다.’


그는 종이 위의 글씨를 천천히 읽으며 잠시 숨을 고르듯 멈춰 섰다. 도시의 소음과 화려한 불빛들 속에서 그 문장은, 어쩌면 마지막 희망처럼, 지치고 피로한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깊은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봤다.


쪽지는 낡고 헤어졌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커다란 힘과 동시에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스크린 속 장면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처럼 소비되고 있었다.


그는 잠시 사라져가는 스크린 속 이미지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화면 속 무표정한 소녀가 또 한 번 조용히 말했다. “너무 늦기 전에 모든 걸 바꿔야 해.” 그 영화는 또 하나의 실패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였다. 그러나 그는 그 실패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그는 그동안의 실패가 절대 무의미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모든 실패는 새로운 깨달음을 낳았고, 그 깨달음은 또 다른 길을 제시해 주었다.


그는 다시 주머니 속 쪽지를 만지작거리며 다짐했다. 그동안의 모든 실패는 결국 자신을 여기까지 오게 만든 여정의 일부였다.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역할을 되새겼다. 이번에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그는 카페 테라스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스크린을 보며 수군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몇은 다큐멘터리 속 장면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그것이 과장된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각자의 의견은 달랐지만, 그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수십 년 전에도, 그리고 수년 전에도 그랬듯이,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싸움에 참여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다큐멘터리의 진정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고, 또 어떤 이는 그저 상업적 자극을 위한 콘텐츠라고 치부했다. 그들의 의견은 서로 엇갈렸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여전히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그들의 대화가 종종 분열되더라도, 그 속에는 변화를 향한 작은 불씨가 존재했다.


그는 커피를 주문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미래를 논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들이 가진 의문과 논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희망도 완전히 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도 그들의 대화에 한 몫을 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실패와 회의, 희망과 의지가 뒤섞인 이 공간에서, 그는 또 한 번의 시도를 다짐했다. 인류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믿었다.


카페 한쪽 구석,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마치 새로운 영감을 얻은 듯 열정이 가득해 보였다. 그 영감이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을 품고 있는 듯했다. 남자는 잠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순전히 그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그녀의 열정이 그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남자는 살짝 몸을 돌려 그녀의 휴대전화 속 화면을 흘끗 보았다. 화면에는 다큐멘터리의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를 이해한 듯, 그녀도 그를 알아보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카페를 나서며 천천히 뉴욕의 거리를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타임스퀘어를 지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길로 이어졌다. 도시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분주했지만, 그는 그 길을 걸어갈 용기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둡고 무거운 구름 사이로 희미한 빛줄기가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그 빛은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아직 포기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빛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도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다가왔다. 한 소년이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그의 눈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소년은 다큐멘터리 속 장면을 자신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세상에 무언가를 전하려 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 희망의 조각을 품고 있을 터였다.


촬영을 마친 소년은 스크린 속 인물들이 한때 걸었던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 길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했다. 마치 이미 여러 번 걸어본 길처럼, 그는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소년은 그 길을 따라 계속 나아갈 것이고, 그 길의 끝에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전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소년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자, 타임스퀘어의 스크린은 다시 한번 밝아졌다. 이제는 또 다른 영화의 예고편이 재생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앞을 지나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익숙한 장면들과 낯선 소리가 뒤섞인 거리에서,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류의 도전에 참여하고 있었다.


스크린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keyword
이전 19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