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토, 2045

by 와타사와

다카하시 하야토는 오사카의 거리를 거닐며 몰려드는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고, 그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2045년의 일본은 수십 차례의 태풍과 지진, 그리고 홍수와 같은 끝없는 재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사카의 거리는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하야토는 그 속에서 기후 난민들을 돕고 있었다. 그는 군인이었던 시절에 익힌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생필품을 나누어 주며 그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는 대피소를 마련해 주었다. 2045년의 지구에 사람들이 편안하게 눈을 감고 쉴 수 있는 곳은 이제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그런 곳마저 곧 하나둘 사라질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있는 자들이 이미 죽은 자들을 부러워하는 시대’라고 표현한 작가도 있었다.


하야토는 강인한 남자였다. 그는 타고난 성정과 함께 전장에서의 경험으로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그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연재해는 끊임없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매번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곳으로 떠돌아야 했다. 그가 구호 활동을 펼치면서 마주하는 것은 희망을 잃은 사람들의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하야토에게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런데도 그는 매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삶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자연의 힘은 그들을 계속해서 후퇴하도록 밀어붙였다. 이길 수 없는 상대, 계속 강해지는 상대와 싸우는 군인, 태평양 전쟁에 임했던 그의 선조들이 느꼈을 무력감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하야토는 한때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총을 들고 싸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을 돌보고, 구호물자를 나르며 대피소를 운영했다. 하야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무력감을 느꼈다. 그의 발길이 미치는 곳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마치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해변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파도를 막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 파도는 그를 비웃듯 더욱더 거세게 밀려들었다.


하야토의 할아버지는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다. 그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그동안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금메달을 하야토에게 전해 달라고 하셨다. 그가 남긴 유일한 유언이었다. 기후 변화의 심화와 함께 프로 스포츠는 물론 여러 스포츠가 사양 산업화되었다. 사람들은 치열한 운동경기에 더 이상 몰입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 더 치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제일의 유도선수가 되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할아버지를 다시 사람들이 기억하게 만들고 싶다는 하야토의 생각은 어쩌면 처음부터 부질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야토는 입대를 결정했다. 여러 국가 간 국지적인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였다. 오늘의 이웃이 곧 내일의 적이 되는 시대였다. 기후의 변화와 이에 따른 지리의 변화는 사람들 모두의 불안감과 공격성을 증폭시켰고 전쟁은 모두의 일상이 되었다. 전쟁의 명분이 부족한 시대였으나 승리를 챙겨야 한다는 열망은 충분한 시대였다. 이겨야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야토는 그런 식의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전우들의 죽음을 계속 지켜보는 것은 견디기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의롭지 않은 싸움을 계속 이어 나갈 수는 없었다. 아무 계획 없이 그는 전역을 결정했다.


어느 날, 하야토는 대피소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그의 손을 잡고 물었다. "아저씨, 우리는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하야토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 질문은 그가 매일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그는 그 답을 알지 못했다. ‘도대체 어디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디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대피소는 언제나 혼잡했고, 아이들은 부모를 잃고 혼자 남아 있었다. 그들이 가진 것은 하야토 같은 활동가들의 위로뿐이었다. 하야토는 아이의 손을 잡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생각했다.


하야토는 기후 난민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는 군인으로서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많은 사람을 잃었다. 그때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었고, 지금은 그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매일 그는 더 많은 사람을 잃고 있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도움을 청했지만, 하야토는 그들에게 명확한 답을 줄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지만, 그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하야토는 어느 날 우연히 타임머신 프로젝트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가능성에 조금씩 마음이 끌렸다. ‘어쩌면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지금의 절망에서 벗어날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점점 가능할까 보다는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재앙을 예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것은 그가 이 절망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이 절망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죽음을 고민했고 그런 헛된 희망마저 없다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웠다.


하야토는 타임머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재앙을 예방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의 경험과 기술은 팀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다. 전직 군인으로서 그의 결단력과 리더십은 프로젝트 팀에게도 큰 힘이 될 거라 믿었다. 또한 동료들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 그는 과거의 전장에서처럼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싸우고자 했다. 이번에는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붙잡기 위한 싸움이었다. 우리에게 내재한 이기심과 게으름에 맞서 싸우는 전쟁이다. 하야토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며, 그들과 함께 시간을 거스르는 여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 싶었다.


그날, 하야토는 오사카의 거리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태풍이 지나간 후, 도시는 여전히 어수선했다. 도로는 물에 잠겨 있었고, 전봇대는 기울어져 있었다. 사람들은 흩어진 가재도구를 주워 모으며, 폐허가 된 집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야토는 그 혼란 속에서 한 아이를 발견했다. 아이는 길 잃은 듯한 표정으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하야토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니?"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야토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은 하야토가 자신에게도 되뇌던 말이었다. 그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며, 과거로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하야토는 오사카의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 섰다. 도시의 소음이 그의 귀에 들어왔고, 그는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아니 이제는 뒤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서, 그가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그 일을 위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다짐이었다. 하야토는 알고 있었다. 그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그는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문득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늘 하야토의 곁에서 그를 지켜주고 계신다고 느껴왔다. 할아버지가 여기 계셨었다면 분명 그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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