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아 바라는 모래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밑에서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세네갈의 초원은 오래전에 자취를 감추었고, 그녀는 매일같이 그 황폐함을 마주했다. 사막은 해마다 그 범위를 넓혀갔다. 사실 이제는 더 넓힐 곳도 많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고 끝없는 모래 언덕을 만들어냈다.
알리아는 생태학자로서 이 거대한 변화를 막기 위해 애썼지만, 그저 거센 바람에 저항하는 모래처럼 힘없이 휩쓸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아프리카의 대지 위에서, 그녀는 마치 홀로 서 있는 작은 나무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가운데, 모두가 이미 포기한 그곳에서 그녀는 홀로 버티고 있었다.
알리아는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바람은 쉼 없이 그녀의 얼굴을 때리고 있었고, 그 바람 속에서 사라져가는 자연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어릴 적 기억하던 아프리카는 푸르고 생명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나무와 들꽃이 넘실대는 초원 위에서 뛰놀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친구들과 함께 웃음을 나누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했다. 알리아는 사라져가는 자연을 매일같이 기록하고, 복원하기 위해 애썼지만, 사막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탐욕스러운 맹수처럼 멈추지 않고 확장되고 있었다.
“생태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녀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생태학자라고, 음... 알리아, 우리 조금만 더 고민해볼까? 아프리카 출신으로 성공한 생태학자가 얼마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생태학자가 되기에는 인간들의 탐욕이 지구를 이미 너무 병들게 만들어 버린 것 같구나.” 아버지는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부정(父情)을 담아 알리아에게 부정(否定)의 답을 주었다.
그야말로 무에서 시작해 전선과 통신사업을 통해 세네갈에서 손꼽는 기업가가 된 남자이다. 그는 총명한 자기 딸이 변호사가 되고 정치인이 되기를 바랐다. 자신이 매번 억지 미소 지으며 허리를 숙여야 하는 정치인이 되어, 자신의 부를 유지하고 명예를 더해주기를 바랐다. 좋은 세상과 사회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나쁘지 않은 정치인이 되도록 도와주자고 생각했다.
외모만 아버지를 닮은 게 아니다.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던 고집과 끈기마저 알리아에게 전해져 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반대와 회유에도 알리아는 생태학자가 되었다. 이론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연구 외에도 그녀는 여러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작은 정원을 가꾸고, 사라진 나무들을 다시 심고, 건강하게 뿌리 내리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 그녀는 새벽같이 일어나 작은 나무 묘목들을 심고 물을 주며, 흙 속에 잠든 생명을 깨우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언제나 강렬한 태양과 바람에 의해 무너졌다. 나무들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메마른 땅에서 시들어갔고, 그녀의 손끝에서 흙은 마치 모래처럼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들이 그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하는 표정에 행복했다.
하루는 알리아가 연구소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뿌리째 뽑혀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어릴 적부터 자주 보던 나무였다. 그녀는 그 나무가 언젠가 사라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는 그 나무가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 나무는 더 이상 그곳에 서 있지 않았다. 고단한 삶을 멈추고 이제 안도하며 편안하게 누워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알리아는 멈춰 섰다. 나무가 있던 자리에 앉아, 천천히 메마른 흙을 만지작거렸다. 그 흙은 이미 생명의 흔적을 잃고 있었다. 아주 잠깐 그녀도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아는 사막화가 시작된 근원을 찾고자 했다. 연구소로 돌아와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지금의 사막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추적했다. 그녀는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며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검토했다. 기후 변화의 패턴을 분석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인간 활동이 어떻게 지구의 생태계를 변화시켰는지 살폈다. 그녀는 수많은 밤을 지새웠고 몽롱한 상태에서 마치 지구의 역사를 되짚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과거의 특정 시점에서 자연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음을 발견했다. 2025년이다. 지구를 살릴 것이냐 죽게 놔둘 것이냐 경계가 되는 지점이다.
알리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했다. 생태학자로서 그녀의 사명은 분명했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사막은 계속해서 확장되었고,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메마른 황토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이 시작된 시점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생각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알리아는 그 가능성을 탐구하기로 결심했다.
알리아는 시간 여행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미치광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열성적인 과학자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정부나 큰 기업의 지원 없이 몇몇 NGO와 한 종교단체의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종교단체가 시간 여행을 지원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렴 어쩌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인원은 많지 않고 일의 진척은 더디다. 주로 과학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조정하고, 역사를 바꾸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곳에서 알리아는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막화가 시작된 근원을 추적하며, 그 변화의 시점을 다시 설계하고자 했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지식을 쏟아부었다. 그녀의 열정은 팀 내에서도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모두가 피곤해하거나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알리아는 빼어난 실력의 춤과 노래로 흥을 돋워 주었다. 그녀는 매력적인 사람이었고 주변의 의지를 북돋아 주며 서서히 프로젝트의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도 끌어냈다.
알리아는 매일 아침, 사막의 끝자락에 서서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녹색의 띠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꾼 작은 숲이었다. 비록 사막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었지만, 알리아는 그 속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작은 녹색의 점이었지만, 그녀는 그 점이 언젠가 더 크게 퍼져나갈 것이라 믿었다. 그녀는 그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날을 기다렸다.
그녀는 여전히 사막의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때리며, 그녀의 희망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리아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사막화가 시작된 원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그녀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연구와 현장 실험을 병행하며,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가려고 했다. 알리아는 그 변화를 믿었고, 그 믿음이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알리아는 자신이 결국 과거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타임머신의 개발이 완료되고, 그녀가 그 기계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그녀는 그곳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상상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 푸른 초원이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 희망은 그녀의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녀는 하루하루를 그 희망 속에서 버텼다.
알리아는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그곳에 펼쳐질 푸른 세상을 꿈꿨다. 비록 지금은 그 모든 것이 황량하게 느껴지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바람 속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새들의 노래를 상상했다. 그 소리는 너무나도 멀리 있었지만, 알리아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의 사명이었고, 그녀의 꿈이었다.
그리고 알리아는 알았다.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날이 온다면, 그녀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사막의 바람을 이겨내며, 그 속에서 살아남았다. 아프리카인이라는 차별과 여자라는 차별에 한번도 굴하지 않았다. 격하게 싸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그녀 집안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