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가기전에 줄이고 줄인 짐을 싸면서 선물받은 수제로 만든 매듭 핸드폰고리 열개 정도의 뭉탱이와 내가 먹을 것도 모자라겠지만 주고싶은 이가 있으면 나누어주려고 일회용처럼 내려먹기 좋은 양으로 종이백에 포장 된 차를 몇 봉지 가져갔다. 과연 선물을 줄 만한 이가 있을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만들기 힘든 물건이니 아무나 주지말라는 신신당부를 받았고 이건 나의 일부를 떼어주는 일이니 내 마음을 꼭 표시하고 싶은 사람일 때만 주기로 한 터이다.
미국에 가서 이것들을 다 나눠주고 내 것조차 남겨 오지 못했으니 나는 가히 미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두 사람은 교수진이었는데 두 사람 다 지금도 한국인으로서 나를 미소짓게 만드는 좋은 외국인이었다. 한 명은 나이도 많고 겉 모습은 약간 어른 같았으나 우리들의 사진을 찍어 줄 때는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각을 재기도 하는 열정만땅 사진매니아였고 페이스북에 꾸준히 사진을 올리는 인플루언서 라고 할 만 했다. 세계의 크고 작은 나라들을 다니며 서핑과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그 많은 나라들 중 푸에르토리코라는 조그만 나라를 가장 사랑하는 거기서 살고싶다는 사진작가였다. 그는 우리들을 늘 my friend이라고 불렀고 진심으로 대해 주었으며 수업에서는 넓은 견문과 깊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문화적 이해를 보여 주었다. 멋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을 그때 잠시하고 말았지만 엊그제 그양반 페이스북을 오랜만에 들여다보고 왔다. 또 다른 이는 키 크고 안경끼고 마른 몸매의 그러나 카리스마 넘치는 진지함으로 무장하고 동양의 문화와 차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진 이였는데 아직까지 카톡에 프로필조차 안 바뀌고 그대로여서 가끔 짧은 안부를 주고 받는다. 그 외에도 여러 훌륭한 이들이 있었고 나의 고리는 사실상 모자랐다고 할 수 있다. 갈 때는 짐탱이였는데 인복이 많은 나는 그 멀고 낯선 땅에서 많이도 좋은 인연을 조우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