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 있는 레드락마운틴이었나 붉은 돌로 이루어진 산으로 소풍을 간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모르는 동네로 가끔 떠나 탐험가의 스피릿을 배운 나에게 지금도 그 곳의 풍경과 내가 느꼈던 감정은 따뜻하고 고즈넉함으로 남아있다. 산 전체가 붉은데 나무는 거의 없다. 저 위 꼭대기까지 오르고 주변의 오솔길을 내려오면서 띄엄띄엄 평화롭게 살고있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본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 저런 곳에도 집이 있구나 하는 그런 자리 그런 삶이고 나는 그런 것들에 감정이 많이 아스라해지는 편이다.
아련해지는 감정으로 마음이 말랑해져있을 때 급하게 약속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해야 해서 택시를 탔는데 그 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총무가 돈을 안가졎왔는지 분실한건지해서 우리는 난처한 상황이 된거였다. 성격좋아보이는 택시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우리인원 일곱을 죄다 태워주었다. 택시안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기에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 이 성격좋은 기사는 자기집이 어딘데 어디를 안내해줄 수 있으니 놀러오라며 몇십년 알고지낸 친구처럼 유쾌하게 사심없는 얼굴로 얼어있던 우리의 마음을 인류애와 친절로 훈훈하게 해 주었다. 지나가는 여행길이라 다시볼 일 없을일이었지만 진심어린 친절과 우정에 전화번호까지 넘기고 담번에도 콜하리라 기약없는 약속으로 이별을하고 내린 자리는 어째 그리 서운한 이별이던지.
택시기사라면 또 한명 잊지 못할 이가 떠오른다. 우리는 한시간 정도 걸리는 LA로 야구를 보러 떠나기로 했다.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내게 일행은 오늘이 류현진이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져있다 처음으로 등판하는 경기라 했다. 주말이고 큰 경기였는지 LA시내와 슬럼가를 교대로 보여주며 잘 가던 택시가 우리나라 명절의그것처럼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택시기사는 우리에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썰들을 풀어놓으며 경기에 늦지않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를 안심시켜주었다. 잉금엉금 기어가던 택시는 베테랑 기사의 말대로 잘 맞춰서 도착하였고 환한 미소를 자랑하면서 친절과 우정이라는 응원을 던져주고 갔다. 허심탄회한 호탕함과 낯선 이들에 대한 배려가 더할 나위없는 사람이었다. 그 날 류현진은 우리가 경기를 보는동안 엎치락 뒷치락 고전했으나 통금시간이슈로 일찍 떠나야했던 우리가 버스에서 확인한 바로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첫 승리의 쾌거를 거두었다. LA는 행운과 선의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