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교를 지나 거제도에 생전 처음으로 입성했을 때 나를 반겨주던 파스텔톤 하늘빛 바다를 기억한다. 시원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동해의 바다와는 색깔부터 달랐고 잔잔하게 자리한 바다는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몽돌의 청량함과 부딪히는 바닷물소리는 나에게 노래가 되었다.
미국의 바다는 그것과 또 다른 색의 푸르름이다.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개발과 산업화를 지나왔기에 이제는 환경이나 자연을 막무가내로 개발하거나 사람의 즐김을 위해 파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해변가를 사람의 관광이라는 목적을 위한 상업지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가게들은 몇키로미터 밖에 있다. 해변은 잘 보존되어 있고 잡다한 건물들은 몇리 밖으로 밀려나서 군더더기없는 해안선과 깨끗한 바다와 모래의 조화로운 색의 향연을 누릴 수 있다. 당연히 쓰레기도 보지 못했다. 엄격하게 관리당하고 있는해변이다.
사람들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 없이 질서있게 해변의 한 뙈기를 차지하고 자리잡은 모습이다. 유행인 해양스포츠를 배우거나 즐기기도 하면서..
버스를 타고 갈 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도 조금 천천히 개발하고 천천히 발전했다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귀농1번지였던 아름다운 소도시들도 군데군데돌공장때문에 산이 파헤쳐져 속살을 드러내 듯 아픈 모습이다. 과거의 산업 개발기를 지나서 미래의 환경과 복지의 시대로 가고 있다면 법들을 정비하고 시선을 돌려 산과 바다를 봐야하는 때이다.
미국의 풍경이 우리보다 더 크고 넓지만 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더 잘 보존되고 있음은 인정하고 만다.
스프링필드 주변 도시들을 소풍삼아 가끔 방문하면 그 도시들에 하나씩은 있는 해변을 가곤 했는데 정확한 위치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대학 안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는 길치이고 네비에게 영혼이라도 내어주는 네비나 구글맵 의존자이기 때문이다. 상세한 지리적 설명이 필요하다면 이 글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도 되지만 하려는 얘기는 지명이나 위치와는 크게 관련이 없으므로 관련 정보는 굳이 기술하지 않으려 한다.
새공원은 태고 때부터 그랬던양 먼지 날리는 모래와 오래된 고목들이 최소한의 관리만으로 사람의 손을 최대한 타지 않고 보존되어 관광지로 붐비는 과정을 겪지 않은 청정함이 있었다.안내문에는 표범이 나타날 수 있으니 혼자 들어가지 말라고 적혀있다. 나는 가끔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는 이 공원이 너무 가고 싶어서 산책길에 혼자 세번이나 들어갔다. 겁이 많은 내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몰라도 나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고 온전히 새를 위한 장소인 그 곳이 너무 좋았다. 태고의 시작을 알리는듯한 그곳을 어떻게 지척에 두고 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산책을 하면서 나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자연에 온전히 종속되어 그 일부처럼 살아갔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래가 절로나와 흥얼거리면서 한참을 걸었더랬다. 어느 날은 그 곳을 산책하고 있는데 공원을 관리하고 새를 연구하는 직원이 지프를 타고 지나가다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나는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 그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여유와 하는 일이 너무 부러워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