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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29. 2024

푸르던 에메랄드빛 바다

and Birds Sanctuary

남해대교를 지나 거제도에 처음으로 입성했을 때 나를 반겨주던 파스텔톤 하늘빛 바다를 기억한다. 시원한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동해의 바다와는 색깔부터 달랐고 잔잔하게 자리한 바다는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몽돌의 청량함과 부딪히는 바닷물 소리는 나에게 노래가 되었다.

미국의 바다는 그것과 또 다른 색의 푸르름이다.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개발과 산업화를 지나왔기에 이제는 환경이나 자연을 막무가내로 개발하거나 사람의 즐김을 위해 파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해변가를 사람의 관광이라는 목적을 위한 상업지구로 전락시키지 않으려 가게들은 몇키로미터 밖에 있다.  해변은 잘 보존되어 있고 잡다한 건물들은 몇리 밖으로 밀려나서 군더더기없는 해안선과 깨끗한 바다와 모래의 조화로운 색의 향연을 누릴 수 있다. 당연히 쓰레기도 보지 못했다. 엄격하게 관리당하고 있는 해변이다.

사람들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는 일 없이 질서있게 해변의 한 뙈기를 차지하고 자리잡은 모습이다. 유행인 해양스포츠를 배우거나 즐기기도 하면서..

버스를 타고 갈 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도 조금 천천히 개발하고 천천히 발전했다면 좋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귀농1번지였던 아름다운 소도시들도 군데군데  돌공장때문에 산이 파헤쳐져 속살을 드러내 듯 아픈 모습이다. 과거의 산업 개발기를 지나서 미래의 환경과 복지의 시대로 가고 있다면 법들을 정비하고 시선을 돌려 산과 바다를 봐야하는 이다.

미국의 풍경이 우리보다 더 크고 넓지만 더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더 잘 보존되고 있음은 인정하고 만다.

스프링필드 주변 도시들을 소풍삼아 가끔 방문하면 그 도시들에 하나씩은 있는 해변을 가곤 했는데 정확한 위치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대학 안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는 길치이고 네비에게 영혼이라도 내어주는 네비나 구글맵 의존자이기 때문이다. 상세한 지리적 설명이 필요하다면 이 글이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염려도 되지만 하려는 얘기는 지명이나 위치와는 크게 관련이 없으므로 관련 정보는 굳이 기술하지 않으려 한다.

새공원은 태고 부터 그랬던 양 먼지 날리는 모래와 오래된 고목들이 최소한의 관리만으로 사람의 손을 최대한 타지 않고  보존되어 관광지로 붐비는 과정을 겪지 않은 청정함이 있었다. 안내문에는 표범이 나타날 수 있으니 혼자 들어가지 말라고 적혀있다. 나는 가끔 아무도 가고싶어하지 않는 이 공원이 너무 가고 싶어서 산책길에 혼자 세번이나 들어갔다. 겁이 많은 내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몰라도 나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고 온전히 새를 위한 장소인 그 곳이 너무 좋았다. 태고의 시작을 알리는듯한 그곳을 어떻게 지척에 두고 가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산책을 하면서 나는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이 자연에 온전히 종속되어 그 일부처럼 살아갔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래가 절로나와 흥얼거리면서 한참을 걸었더랬다. 어느 날은 그 곳을 산책하고 있는데 공원을 관리하고 새를 연구하는 직원이 지프를 타고 지나가다 내게 말을 걸어 왔다. 나는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 그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여유와 하는 일이 너무 부러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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