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갔으면 스테이크 맛집을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그 동네 맛집이 근처에 있어서 일행들과 가보기로 했다. 땅덩어리 넓은 미국을 한참 걸어 떡하니 서있는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식당을 들어갔다.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바구니에 작고 귀여운 홍감자를 담아서 내어온다. 나는 눈이 커졌다. 아니 이것은.. 빵대신으로 이 집에서는 삶은 감자를 내어주는 것이었다. 매쉬드나 통감자를 스테이크의 단짝으로 봐 왔지만 작고 앙증맞은 삶은 감자는 처음이었다. 어릴 때 밤송이 불쏘시개에구워 먹었던 맛을 언제나 기억하면서 감자를 구워주는 남자를 최고의 이상형으로 치던 나에게 이게 웬 타국에서의 횡재란 말이냐. 심지어 감자귀신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고구마보단 감자를 최고로 치는 나는 지금도 감자는 박스로 사 먹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운영방침과 선택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맛이 밍밍할 걸로 상상했던 미국감자가.. 이다지도 쫀득하고 파근할 수가 있는 일이냐고.. 감동적이고 역사에 남을 앨범에 꽂을 행복한 순간이었다. 사실 그 집 고기는.. 엄청 컸다. 웰던으로 시켰건만 붉은 기는 여전했고 푸짐하다 못해 내 인생처음 스테이크를 남기는 사태가 발생했다. 배가 불러서라기보단 더 먹을 수 없어 반을 남겼다. 대신에 직원을 불러 감자한소쿠리 더 부탁했더니 나를 위해 거기서 먹을 한 바구니뿐 아니리 일회용 도시락에 포장까지 해서 옆구리에 찔러주는 것이 아닌가. 그 감자는 숙소에 와서도 빠른 시간 안에 소진되었고 나는 그 맛을 지금도 그리워한다. 쫀득이감자.. 따끈따끈 홍감자.. 작고 맛있는 귀여운 그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