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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lish Oct 30. 2024

Finding Windbell

풍경소리를 찾아서..

미국에 가기 전 긴 대롱 같은 미제 풍경에 꽂힌 이가 그 당시 한국에는 나오지 않으니 미국에서  꼭 좀 사 와 달라는 당부와 함께 용돈 1000달러를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일정에서 쇼핑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6.25 때 헤어진 부모를 찾듯 그것을 찾아 헤매어야 했다. 소품가게, 문방구, 마트.. 온갖 종류의 가게를 털어봤지만 이 아이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여러 차례 좌절을 맛본 끝에 한 두 군데의 소품샵에서 wind bell을 만나게 되었는데 부탁받 묵직하고 깊고 웅장한 소리가 아니었다. 국제전화로 소리까지 들려주며 확인을 받고자 했지만 이 소리가 아닌 거였다. 이 정도면 비슷하지 않냐 적당히 만족하라고 미국에 없다고 종용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더 무거운 소리를 찾아내야 했다.

다음 일정에서는 만날 수 있을까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었다.

이게 아니라고 한다ㅜ10달러정도의 잡화점에서 만난 아이

그러다 오렌지카운티의 작은 마을에 축제가 있다고 해서 다 같이 산책삼아 갔는데 길게 바다로 뻗어있는 방파제 산책하고 딱 하나 있는 발 디딜 틈 없는 식당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고 축제라 한없이 흥겨워진 현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옆에 있는 놀이공원을 갔다. 우선은 걸으면서 소소하게 둘러보고 있는데 오카리나 같은 악기들을 전시해 놓고 파는 부스가 있어 혹시나 하고 들어가 보는데 아니 세상에나 바로 거기였다. 이 꽁꽁 숨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아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각종 악기들을 수제로 만들어 파는 음악 무슨 협회라고 했다. 외관도 소리도 묵직한 그 아이를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나의 얘기를 들은 주인은 너무나 반가워하면서 30분남짓 자신들의 활동과 악기제작에 대해 설명하고서야 아주 친환경적인 종이포장지로 둘둘 싸서 내 손에 그 묵직한 아이를 들려준다. 그로부터 그날의 여행이 끝나기까지 그 놀이공원의 바이킹에서도 관람차에서도 그 소중한 아이를 안고 있었다. 해가지고 그 자리를 떠나 택시 안에서 낭만적인 놀이공원의 불꽃놀이를 멀리서 볼 때까지 한시도 떼놓지 않았다. 왜냐면 그 전에는 떼놓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게도 크기도 생각보다 두 배이상 부담이었던 그 아이는 한국에 돌아와서 누군가의 처마밑에서 바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디에 이에 엥... 에밀레종처럼..

그날 탔던 몇 개의 놀이기구는 우리나라보다 조악해서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나를 처음으로 의심해 보는 시간이었다. 영상을 찾지 못해서 지금은 못 올리지만 언젠가는 그 소리를 다시 들어 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녀석들을 들고 미국을 헤맨 시간..

직접들으면 싱잉볼같기도 하고 바람에 잘 어우러지는 소리인데..

저거를 55달러 정도 주고 사들고 왔는데  그로부터 일이 년 정도 후에 보니 한국에서도 40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한 것 같았다. 현재는 가격이 더 저렴해졌겠지만 그때 핸드메이드 게 잘 사 온 것은 맞는 것 같다. 역시 발품은 그만한 가치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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