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몸과 마음을 다시 찾는 시간이었다
1. 금주 결심
금연 47일 차에 접어들자 혀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음식뿐만 아니라 술도 맛있어졌다. 그래서 많이 마셨다. 지난 10월에만 23일을 마셨다. 10일 연속 음주한 날도 있다. 이건 단순히 술이 맛있어라기보다는 알코올 중독으로 의심됐다. 그래서 결심했다. 술에서 멀어지기로. 완전히 술을 끊는 단주가 아니라, 우선 한 달만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2. 증상
- 금주 4일 차가 되면 삶의 활력과 의욕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아주 오래된 친구가 멀리 떠난 기분과 비슷하다.
- 5일 차가 되면 '이게 우울증인가?' 싶은 순간이 문득문득 온다. 거의 매일 알코올에 감정을 의존했었는데 그게 불가능해지면서 감정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우울감과 공허감은 금주 10일 차까지 계속된다. 술을 마시면 도파민이 나와 기분을 좋게 하는데,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신경 자극 및 전달이 없어서 우울감 같은 게 생긴 것 같다.
- 금주는 금연과 다르다. 금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줄어들지만, 금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시고 싶다. 담배는 습관성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술은 습관보다는 감정과 정서를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비 오는 날이 유독 술을 더 마시고 싶다. 무알코올 맥주는 추천하지 않는다. 술 생각이 더해진다.
3. 노력
- 우선 나의 알코올 중독 및 의존이 얼마나 진해됐는지 확인해 본다. 자가진단으로 쉽게 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충격적이고 그 충격량만큼 술을 끊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진다.
- 술 생각이 나지 않는 음식을 먹는다. 감자탕 집에서 돈가스를 주문하고, 삼겹살, 치킨 등은 먹지 않는다. 술자리도 될 수 있는 대로 피한다. 대형 마트 술 코너도 가지 않는다. 술 관련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피드에 올라오는 것도 싫어서 구독도 해지했다.
- 저녁에 귤을 박스로 쌓아 놓고 까먹는다. 견과류도 수시로 먹는다.
- 저녁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술이 생각난다. 이때는 술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일기 쓰기에 집중했다.
- 술이 몸과 정신 그리고 마음에 좋지 않다는 것, 폐해가 크다는 것을 계속 상기하고 그에 대한 기사나 영상을 찾아본다.
- 한 달을 그냥 참는 건 힘들다. 그래서 목표를 정해야 한다. 나는 한 달 후에 헌혈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 술을 끊는 게 나의 건강을 위한 것도 되지만, 남을 돕는 의미 있는 행동이 된다. 더불어 건강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그래서 더 운동을 많이 하게 된다. 한 달 후 헌혈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 헌혈을 할 생각이다.
- 기간을 정해서 술을 끊으면 그 끝이 보여 참는 게 조금은 덜 힘들다. 그리고 그 기간의 끝에 나에게 보상을 약속하면 동기 부여도 되고 참는 게 조금은 즐거워지기도 한다. 헌혈은 물질적 보상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큰 위안과 자존감을 준다.
- 삼시 세 끼를 잘 챙겨 먹는다. 특히 저녁은 일찍 먹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 그러면 바로 졸리고 잠들고 아침에 일찍 눈을 뜬다.
- 술이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술을 끊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술을 끊기 전에 정신적으로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장이 필요하다. 러닝과 등산 그리고 독서가 술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채워준 것 같다.
- 매번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는다. 나는 등산에 취미가 생기면서 등산장비 찾아보고 비교해 보고 리뷰도 꼼꼼히 살피고 매장에 가서 직접 착용해 보면서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술을 끊으니 시간도 많고 집중력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걸 파고 드니 재미도 있다. 물론 돈이 든다.
4. 변화
- 금주 3일 차 정도가 되면 아침이 상쾌해짐을 느낀다. 숙취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된다. 얼굴도 붓지 않는다.
- 저녁에 시간이 남는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던 시간이 새로 추가된 거다. 처음엔 무엇을 할지 몰랐다. 그 뒤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고 좋아하는 축구와 F1, 등산 등의 유튜브 시청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일주일이 지나면 수면의 질이 개선된 걸 느낄 수 있다. 쉽게 잠들고 깊이 자고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다 보면 졸리다. 불면증 때문에 졸려야 할 때 안 졸리고 잠도 안 왔는데, 저녁 먹고 평온한 시간이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 10일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체력이 좋아진 걸 느끼게 된다. 평상시 같으면 피곤을 느낄 만도 한데 피곤하지 않다. 저녁에 술을 마시지 않으니 잘 자고 자면서 간이 해독을 하지 않으니 아침이 거뜬하다.
- 10일 차 이후로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낀다. 사물을 더욱 정확하고 또렷하게 보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멀리 예측하고 예상한다. 사고의 행방이 선명하고 또렷하다.
- 매일 체중을 제는대 조금씩 살이 빠진다.
- 15일 차가 되면 피부가 밝아진 기분을 느낀다. 사람들도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해준다. 물론 인사치레일 수도 있다.
- 숙취 없는 하루의 시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 금주 20일 차가 넘어가면 하루종일 감정기복이 거의 없는 걸 느낀다. 그냥 하루종일 평온하다. 오전엔 숙취로 다시 저녁엔 술로 그러니 하루의 절반은 취한 상태로 알코올에 감정을 의존했는데 그게 없어지니 감정이 평온해진다.
- 업무효율일 좋아지면서 오전에 바짝 당기면 하루 걸리는 일을 거진 다 할 수 있다.
- 금주 25일이 지나면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초점을 맞추는 게 빨라진다.
-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단어가 생각 안나는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 그런 게 조금은 줄어든 느낌이다. 음주로 인한 축소된 뇌 부피가 금주 한 달 사이에 가장 많이 회복된다고 한다.
- 금주 한 달이 지난 지금 체중이 3.5킬로그램 정도 줄었다.
- 내 몸의 모든 감각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잘 보이고, 잘 들리고, 잘 느끼고, 잘 감지한다. 신체능력도 좋아져 더 오래 달리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무거운 걸 든다. '초능력이 생기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정상적인 삶일 게다. 그동안 나는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와 몸뚱이로 세상을 살았을지 모른다.
5. 종합: 한 달 금주의 결론
한 달간 금주를 실천하며 몸과 마음에 놀라운 변화들을 경험했다. 금주는 단순히 술을 마시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술에 의존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보다 평온하고 건강한 삶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금주 첫 몇 주는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자신감과 자부심은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다. 체중 감소, 피부 개선, 수면의 질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평온한 감정 상태는 한 달 금주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가장 중요한 점은 나를 돌보는 방법이다. 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 자신에게 투자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술에 의존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즐겁고, 오히려 더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조금은 심심하기는 하지만 그 심심함도 즐기는 나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한 달 금주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첫걸음이었다. 이번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더 나은 선택을 이어가며, 술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끝으로 나의 한 달간의 금주 경험이 금주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작은 영감과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