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과 금주

29. 금주 후 헌혈하려 했는데, 어느 순간 헌혈을 위해 금주하고 있더라

by TORQUE

내일이면 금주 한 달이다. 한 달 후 헌혈을 계획했고 오늘 서울남부혈액원에서 헌혈했다(내일은 헌혈의 집이 쉬는 토요일이다). 29일간 술을 마시지 않았고 담배도 끊은 지 75일째다. 혹시나 싶어서 지난 일주일간 고기도 먹지 않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했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가진 가장 깨끗한 피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 달간 헌혈을 준비했다.

사실 아주 오랫동안 헌혈을 하지 않았다. 내 몸속에 주삿바늘이 들어오는 건 그다지 좋은 경험은 아니다. 더군다나 약물이 주입되는 게 아니라 피를 뽑는다. 무언가 꺼림칙했다. 그런데 오늘 해보니 별거 없다. 바늘이 들어갈 때 약간 따끔한 정도였고 편한 침대에 잠깐 누워 있으면 끝이다. 대기실에선 초코파이가 대량으로 무상 지급된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 헌혈 후에도 선물을 무더기로 준다. 편의점 교환권, 영화관람권, 도서상품권(강남구)등을 준다. 이외에도 여행용 세트, 외식교환권, 맥도날드 세트, 장우산 등 다양한 여러 선물 리스트에서 고를 수 있다.

헌혈증서와 여러 선물을 들고 나오는데 뿌듯함에 실실 웃음이 나온다. 선물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내 피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따뜻한 보람이 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것 같다. 그리고 한 달간의 금주를 잘 해낸 것도 흐뭇하고 자랑스럽다. 금주와 헌혈을 잘 해내니 나 자신이 조금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헌혈을 계속 할 생각이다. 헌혈은 내 몸을 더 아끼게 되고 자존감을 높여준다. 헌혈 앱 <레드커넥트>를 통해 혈액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결과추이도 볼 수 있으니 내 몸의 건강과 변화도 점검할 수 있다.


금주 29일 차


변화

내 몸의 모든 감각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잘 보이고, 잘 들리고, 잘 느끼고, 잘 감지한다. 신체능력도 좋아져 더 오래 달리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무거운 걸 든다. '초능력이 생기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정상적인 삶일 게다. 그 동안 나는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와 몸뚱이로 세상을 살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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