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12월 3일) 두려웠다. 군대는 강하다. 강해야 한다. 그게 군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다. 군대의 절대적 무력(武力) 앞에 이념, 관념, 철학 같은 무형적 가치는 무력(無力)해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총부리를 앞세운 군대가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고 두려웠다. 마치 저 총부리가 국민을, 그리고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만들고 이 스트레스가 한동안 생각도 안 나던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들었다. 헬기가 국회의사당에 착륙하는 모습이 나오고, 동시에 창밖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지고 손끝이 저려오는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담배가 너무나 피우고 싶었다.
나라가 망했는데,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대충 겉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담배를 사러 나간다. '나의 금연은 여기서 끝나는구나'싶었다. 대통령 때문에 흡연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화가 났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와 미쳤네!" 편의점 알바생도 핸드폰을 보며 충격이 빠진듯하다. 손님이 온 것도 모르고 혼잣말을 한다. 왠지 그의 영상 시청을 방해해서는 안 될 거 같아 살며시 음료수 냉장고 앞으로 간다. 눈앞에 맥주가 보인다.
'그래 담배 대신 술을 마시자. 멍청이 때문에 담배를 다시 피우면 더 화나고 속상하잖아!'
맥주 캔 4개를 들고 집으로 온다. 대통령 때문에 담배 사러 나왔다가 맥주 덕분에 금연을 지속할 수 있었다. 역시 대통령은 술보다 못하다.
다행히 계엄은 금방 긑났고 나의 금연은 끝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금연 80일 차
극도의 공포와 분노가 흡연욕구를 높인다는 것에 놀랐다. 내 몸이 아직 담배에 의지하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금연은 참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