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78일 차가 되면 흡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늘도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만 특정한 상황이나 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늘 담배를 피우던 장소에 왔을 때나, 술 마시다가 일행이 우루르 나가서 담배 피울 때 등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도 시간이 지나면 피우고 싶은 욕구가 점점 줄어든다.
담배를 끊는 건 상처에 딱지가 생기고 다시 상처가 나고 딱지가 나면서 피부가 점점 단단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하루를 못 참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바로 앞에서 '이러면 안 돼 하루 참은 게 아깝잖아'하며 발길을 돌리면, 그 단단한 마음과 의지만큼 금연이 단단해진다. 일주일 지나서도 담배 피우는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참으면 그만큼 또 단단해진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의 특정 부위도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다.
처음 담배를 참을 때는 정말 힘들고 아프다. 그다음은 조금 덜 아프고, 그다음도 코딱지만큼 덜 힘들다. 그렇게 금연이 조금씩 시나브로 단단해진다. 상처 나고 아물고 또 상처가 나고 다시 아무는 과정처럼 나의 금연은 그렇게 단단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철갑처럼 단단한 굳은살이 배길 것이고 다시는 담배가 나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내지 못하겠지. 금연은 단순히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새로운 습관과 단단한 의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거다.
금연 78일 차
변화
어제 30일 만에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등산 후 뼈해장국과 함께 소주를 시켰다. 처음엔 망설였다. 한 달 금주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술 마시면 다시 담배가 피우고 싶은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소주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맛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너무 졸렸다. 취한 것일 게다. 소파에 누워 한두 시간 정도 선잠을 자다가 침대로 가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