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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Sep 28. 2024

담배를 끊으면 술이 더 맛있다

13. 당분간은 술맛을 즐기련다

밥이 맛있다.

하루에 두 끼만 먹고살았었는데, 금연 후 하루에 세 끼를 꼬박 다 챙겨 먹는다. 끼니뿐만 아니라 끼니 사이에 주전부리를 입에 욱여넣는다.


담배를 끊고 입이 심심해졌다. 담배를 피우고 나면 뭘 먹고 싶지도 않고, 먹어도 그다지 맛이 없었다. 그런데 담배를 끊고 나니 계속 먹고 싶고 뭘 먹어도 맛있다. 늘 먹던 음식인데 뭐랄까, 더 깊은 맛이 느껴지고 새로운 맛이 난다. 맛을 느끼는 감각들이 또렷하고 생생하다. 햇반만 먹어도 맛있어 반찬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우선은 살이 찐다. 운동량을 늘렸음에도 2kg 정도 살이 쪘다. 운동량이 칼로리 섭취량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운동량을 늘릴 수도 없다. 몸에 무리가 간다. 이미 왼쪽 무릎이 시큰거려 오늘 달리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입맛이 살다 보니 술맛도 살아난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 맥주, 와인, 위스키. 수십 년 마시던 술인데, 오늘 처음 접하는 술처럼 새롭게 맛있다.


술이 이처럼 다디달았던가? 위스키는 원래 이처럼 풍부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는 술이었던가? 맥주는 신기할 정도로 거품 방울 하나하나마다 풍미가 톡톡 터진다. 이게 진짜 술맛인가보다. 난 그동안 술을 맛으로 마신 게 아니라 중독으로 흡입했던 거다. 마치 담배를 맛으로 피우는 게 아니 중독과 습관으로 피웠던 것처럼.


그래도 당분간은 술맛을 즐기며 살련다. 그동안은 술을 의무감으로 마셨는데, 이젠 맛을 음미하면서 진중하게 마셔보고 싶다. 알코올 섭취량이 갑자기 늘기는 했지만, 니코틴과 타르는 전혀 흡입하지 않고 있으니, 나의 음주는 정당하리라 생각한다. 뭐 금연도 했는데, 금주 못하랴!


금연이 여러 방면에서 내 삶에 새로움을 던지고 있다. 달릴 때 숨이 덜 차고, 잠을 더 깊게 들고, 밥맛이 좋아지고 있다. 모두 긍정적인 변화여서 다행이다. 담배는 이처럼 내 인생에 큰 장애였는데, 어찌 난 그걸 모르고 살았던가. 수 십 년의 세월이 비통하고 통탄스럽다.


그나저나 술이 늘어서 큰일이다. 금연도 힘든데, 금주까지 병행하는 건 무리지 싶다.



금연 13일 차


증상

1. 오늘은 담배 생각이 거의 나지 않았다.


변화

1. 달리기 운동량을 늘렸더니 왼쪽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통증 때문에 달리기 힘들다.

2. 담배를 끊으니 술, 특히 위스키가 더 맛있다. 하필이면 비싼 술이 더 맛있을 게 뭐냐. 소주는 오히려 덜 마시게 된다. 예전과 같은 맛이 아니다.


노력

1. 금연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금연을 했는지 궁금하다.

2. 월요일에 보건소 금연클리닉 예약을 했다. 금연을 위해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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