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개인적 경험이 사회적 혜택으로 확장되길 기대하고 고대한다
일기를 쓴 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초등학교 이후이니 기억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건 일기라기보다는 숙제였다.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 일기는 뭐랄까 '선생님에게 고하는 나의 하루' 같은 거였다. 그런데 학생 일기를 선생이 읽는 게 맞나? 프라이버시 침해 아닌가?
금연 일기는 100% 자발적이다. 누가 쓰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고, 권고하지도 않았다. 금연 일기라는 걸 본 적도 없다. 금연을 지속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싶어, 그날그날 변화와 노력 그리고 느낌을 적어나간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노트에 적을까? 손가락 아프고 악필이라 내 글씨를 내가 보기 싫다.
워드나 엑셀로 적을까?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출장이나 여행에선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브런치? 브런치는 글씨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니 쉽고 편하다.
금연 일기를 공개하기로 했다. 나처럼 금연을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 흡연자들이 내 글을 읽고 금연할 마음이 든다면, 그것으로 내 금연 일기는 나만의 기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작은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경험이 누군가의 결심에 힘이 되고, 더 나아가 금연의 물결이 퍼져나가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지 않을까?
물론 나의 글에는 그만한 힘이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지속해야 한다. 하루하루 한줄한줄 흡연이 얼마나 위험한지, 금연이 얼마나 소중한 선택인지 기록할 것이다. 비록 내 글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진 못할지라도, 작은 파동과 미풍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 매일의 작은 기록들이 누군가에게는 금연의 용기와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