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58일. 매일 한 갑의 담배를 피웠다고 가정하면, 4500X58=261,000원. 나는 오늘까지 26만1000원을 아꼈다. 그런데 이게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담뱃값 26만원을 아꼈지만, 다른 지출이 생겼다. 지난 10월 6일, 금연 21일 차에 나에게 선물을 준답시고 위스키 50여만원어치를 구매했다. 한 병 마시고 세 병이 남았지만, 술도 끊게 되면서 그냥 책장 장식용이 되어버렸다.
담배를 끊으면서 체력이 좋아지고 운동하는 재미가 생기면서 또 다른 지출이 생겼다. 러닝화(호카 아리히 7, 19만원)를 구매하고 지금까지 200킬로미터 넘게 달렸다. 요즘엔 아침저녁으로 날이 쌀쌀해지면서 두터운 운동복(데카트론 칼린지, 3만2000원)을 주문했다.
한라산 등산을 위해 등산배낭(오스프리 스트라토스 24, 18만원)을 구매했고, 며칠 전 등산스틱(레키 FX 카본 AS, 25만원)을 추가했다. 러닝 및 등산용품으로 65만원 정도를 쓴 거다. 위스키까지 더하면 총지출은 115만원. 여기서 담뱃값 26만원을 제외하면 총지출은89만원이다. 58일 동안 89만원의 지출이 있었다. 아마 담배를 계속 피웠다면 지출하지 않았을 돈이다.
담배를 끊으면 담뱃값이 줄어 돈을 덜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생각지 못했던 지출이 생긴다. 그렇다고 이 지출들이 담배처럼 몸을 망가뜨리는 건 아니다. 운동화와 운동복은 운동을 더 많이 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되고, 나는 그만큼 많이 뛰면서 폐 속에 남아있던 니코틴을 더 많이 제거했다. 등산은 스트레스 해소와 마음의 안정을 주었고,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은 금연으로 인해 예민해진 신경을 누그러트렸으며,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금연 지속을 위한 훌륭한 동기가 됐다.
결국 금연으로 발생한 새로운 지출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위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금연을 통해 얻고 있는 가치는 금전적인 절약이 아닌, 나 자신을 돌보고 발전시키는 경험과 성취다. 이렇게자신을 돌보는 마음가짐은 과거 흡연으로 채울 수 없었던 정신적 만족과 신체적 건강을 가져왔다. 그러니 금연으로 인한 금전적 지출은 지극히 정당하다. 그리고 지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겨울 등산을 위해 등산복과 등산화, 스패츠, 아이젠 등을 구매해야 한다.
금연 58일 차
변화
막히는 도로를 1시간 넘게 달렸는데 담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심지어 앞차가 담배를 피웠음에도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정말 큰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