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삶이 힘들어서였을까?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by 조지영

새로운 우리 집 101동 1009호,

예전 좁은 우리 집은 109호였는데 1층에서 10층으로 오니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빠는 이 집에 와서도 거의 늘 술에 취해 집으로 온다. 어떤 날은 현관문을 열고 바로 쓰러지는 날도 있었는데 집까지 어떻게 찾아왔나 싶었던 적도 많다.


술냄새 풍기며 혀 꼬인 말투로 그때서야 나에게 친한 척을 한다. 싫다. 술 안 마시면 말 한마디 안 하는 사람이면서..


나는 아빠가 무서웠다. 단 둘이 우연히 집에 있게 되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냥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친구들은 '아빠' 하며 반말로 인사하고 대화하는데 나는..........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면 일을 할 수 없는 아빠가 학교에 태워준다고 한다. 근데 나는 사실 싫다. 둘이 있을 때 숨 막히는 분위기도 싫고 아빠차는 봉고차라서.... 나는 더 싫다. 그래도 싫다 할 수 없어서 차를 타고 친구들을 어색하게 태운다. 친구들이 타고도 우리 부녀사이엔 아무런 말이 없다.


아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아빠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배움이 짧아서, 너무 일찍 이런저런 힘든 일만 하며 몸만 컸지 내면은 텅 비어 있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빠가 일찍 집을 떠나 고생만 하던 사람이라 부모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느껴본 적이 없어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래서 그랬을까?


하지만 이제 와서 이렇게 생각이 들면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싫다.


그냥 어린 시절 내 감정 그대로 말하고 싶다. 나도 어린아이였는데 부모의 사랑만 듬뿍 받고 밝고 자신감 넘치는 그런 아이로 크고 싶은 아이였는데…….. 아빠는. 왜 그랬냐고.


본인의 삶이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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