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성 차별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단짝 친구가 있었다.
맨 앞에 둘이 앉아 열심히 공부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했던 친구다.
그 시절엔 보온도시락이 귀했는데 그 친구는 보온도시락에 점심을 싸 올 정도로 집이 부유했다.
보온도시락 뚜껑을 열면 김 나는 노랑 좁쌀이 드문드문 박힌 조밥이 기억난다.
한 번은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집이 을지로 2가의 4층짜리 빌딩꼭대기에 있었다.
자기네 빌딩이라 했다.
아래층은 아빠의 타일가게가 있고 타일공장도 있다고 하니 그 시절 돈을 잘 버는 그런 집이었다.
나는 속으로 그 집 엄마는 걱정이 없겠다란 생각을 했다. 집도 부유하지 자식이 공부도 잘하지 무슨 걱정이 있을까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 친구 방으로 들어갔다.
방도 여러 개라 친구와 친구언니는 각방을 썼다.
친구는 언니가 있고 동생이 셋이라고 했다.
조금 있으려니 막냇동생이 왔는데 상구머리에 반바지 차림이라 난 남동생이라 생각해서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꼭지"라고 했다.
학교 갈 때까지 집에선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왜 네 이름하고 돌림자도 없고 이름이 특별해?"라고 묻자 당황해하더니 한참있다가 "여자동생이야. 우리 집 딸만 다섯이라 아들 낳으려고 딸은 그만 잠근다는 뜻이야."
난 너무 이해가 안 되었다.
수도꼭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자처럼 입혀 키우면 그 동생의 정체성은 어찌 되라고....
"네 동생은 여자인 줄 알아?"
"아직 어려서 잘 몰라!"
좀 있으려니 엄마가 오셔서 인사를 드리고 방에 있는데 "잘 놀다 가라!"며 나가셨다.
엄마얼굴은 주근깨인지 기미인지 모르는 것들이 뒤덮고 있었고 근심도 가득했다.
친구말로는 아들을 낳아야 해서 기도하러 절에 간다고 했다.
안 그러면 아빠한테 혼난다고..,
집집마다 걱정은 다 있구나....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인데 혼낸다고!
정말 놀란 하루였다.
딸인지 아들인지는 아빠의 정자가 결정하는데 그 시절은 사람들이 몰라 여자가 책임을 짊어져야 했던 것 같다.
여자는 괜히 불쌍하던 시절이다.
애 낳는 기계도 아니고....
그 딸들만 잘 길렀어도 친구부모님은 행복하셨을 텐데 아들만이 대를 이어가 제사를 지낸다는 생각이 많은 이를 불행하게 했다.
지금은 그 막내 여동생이 궁금하다.
잘 자랐는지.,.
혼란이 오지는 않았는지....
괜히 불행해지지는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