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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준SimonJ Oct 28. 2024

1st Essay

가을바람 연가

추수가 끝난 논을 기웃거리는 어린 짐승들하늘을 날며 쉴 새 없이 공략할 나무 열매를 찾는 까마귀까치직박구리참새들도 가을바람에 마음이 바쁘다풀냄새새들의 소리어딘가에서 짖어대는 짐승들의 소리까지 가을바람은 소란스럽지 않게 실어 왔다귀 볼을 스치는 바람은 그 많은 소식을 전하며 자기만의 연민의 소리도 전했다함께할 시간이 길지 않아 이 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지켜주기 어렵다고떠나는 사람의 안부도 꼼꼼히 챙기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야만 한다고어떤 때는 마지막 힘을 내는 작물들에게 비를 몰아오기도 한다낙엽이 지는 거리는 쉬어갈 나그네의 벤치를 위해 낙엽을 쓸어 내기도 한다곧 더 차가운 친구가 자리를 내 달라고 오면 그렇게 가야 한다동면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도그리움에 마음이 닳아버린 친구에게도 가을바람은 그렇게 연민으로 불고 있다아직 갈 길이 먼 친구들이 먼저 간 세상도 위로해 줘야 하고곧 변해버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 오늘도 그렇게 조심조심 가을바람은 불었다마지막 낙엽은 뒤에 올 친구에게 맡기자나는 조금만 더 힘을 내 희망의 봄을 훔쳐 와 보자아직 다 맺지 못한 사랑도익지 않은 이별도 시간이 필요하다가을바람은 다 안다그래서 더 이 시간이 아쉽다얼마 남지 않은 글쟁이의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보고서야 가을바람은 가고 싶다시월 하늘엔들판엔마음속엔 가을바람이 스며든다그렇게 가을바람은 연민이다그렇게 그리움이고 잊지 못할 사랑이다.   

  

가을바람이 지친 어깨를 쓸고 간 빈처에서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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