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간 꽃잎이 임 찾아
재촉한 길로
낙엽을 버선 삼아
가을은 왔다.
하루만 더 빛을 주어 가을을 풍성하게 해 달라던 가인의 기도도
성하의 무성한 시간을
대신할 수 없었다.
늘 기억 속에서만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는 건
몰래 떠날 채비를 하던 너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을처럼 또 몰래 이별이 와도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을 또 하자
아직 때가 아니라고 숨죽여 붙어있는 나뭇잎 마저 집요하게 떨어뜨리고
눈물 젖은 어느 곳이든 스며드는 가을비가 내리던 밤에 -Si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