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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준SimonJ Nov 04. 2024

2nd Essay

안갯속에서

눈앞에 평소처럼 펼쳐진 길과 일들이 그저 일상과 다른 불현듯 찾아온 방해물 때문에 길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가 있다. 때론 끝없는 절망마저 느낄 때가 있다. 실로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짙은 안개는 불빛마저 집어삼키기도 한다. 안개는 곧 걷힐 걸 알지만 그 순간에도 우린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 짧은 고통의 시간을 절망으로 까지 느끼며 사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늘 가던 길을 우회한 적이 있다. 안개까지 껴서 처음 가는 길이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긴장하고 집중은 했지만 공포스럽거나 많이 당황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고, 그냥 웃었다. 나는 철저하게 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의지하고 있었고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내비게이션이 이끄는 대로만 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멀리 볼 수 없고 근시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꿋꿋이 갈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내비게이션이었던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현자 들은 늘 얘기한다. 목표가 있는 삶을. 목표가 분명하면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견디고 갈 수 있다는 뭐 이런 류의 얘기들이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근면성과 끈기도 요구될 수 있다. 절박한 순간에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희망과 같은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목표는 있으되 가는 방법과 길 안내가 정확한 그런 도구말이다. 마음을 다지고 의지에 기탁하기보다 좀 더 잘 갖춰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안갯속에서도 마음을 다잡고 가야 하는 의지에 기탁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는 시스템을 믿고 그 환경을 극복하는 지혜로운 선택 말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확한 네비게이터가 없다면 불굴의 의지를 끌어올리는 감정의 소모와 두려움 끝에 나오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안갯속에 있어도 우린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가려진 시간 사이로 내가 선택한  길을 말이다. 좋은 네비게이션을 장착하자. 업그레이드도 잘하고 그래서 의지와 걸맞은 힘을 비축하고 앞으로 가자. 주어진 또는 선택한 그 길로......  


안개 낀 새벽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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