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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나 Nov 07. 2024

너는 나의 거울이다

나를 꼭 닮은 너

"으~앙!"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아기 울음소리. 새벽 2시다. 100일의 기적 따위는 나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사람들의 말은  나한테는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5살이 되니, 울음은 조금 덜해졌지만 새벽에 깨는 것은 여전했다. 새벽 3시에 깨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엄마, 같이 놀자!"를 외치던 너. 덕분에 나는 잠을 거의 못 자서 눈밑 퀭한 좀비 같은 얼굴로 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고 제일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역시나 친정 엄마였다.


아휴... 힘들어서 어째... 근데, 너는 더 자주 깨고, 더 예민했어~ 


내가 아기였을 때 집안의 시계 초침 소리도 다 꺼 놓을 정도로 내가 예민했다고 한다. 꼭 등에 업혀있어야 잠들 수 있어서, 엄마는 나를 업고 방바닥에 수건을 깔고 머리를 대고 엎드려서 주무셨다고... 생각할수록 엄마가 대단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던한 아이들도 많은데, 너는 나를 닮아서 참 예민하구나... 


실제로 나는 지금도 잠자리에 들면 1시간 정도 뒤척이다 잠이 든다. 남들은 듣지 못하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까칠한 촉감의 옷은 절대 입을 수 없고, 향수냄새에도 민감하고... 그리고 또... 




그러나 밤에 푹 잠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는 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성향이 점점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만지면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섬세하고 민감한 면이 여기저기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나는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아이가 겪을 일들을 예상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대처 방법을 미리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동시에 예민한 부모인 나도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리라.


단순히 '유별난 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이. 예민하다는 말보다 섬세한 기질을 가진 아이. 어떤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예민함은 오히려 특별한 재능이다"라고 했다는데, 그 말에 조금의 위로를 받는다. 예민함 속에 잠재된 아이의 재능을 어떻게 잘 키워 줄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나를 꼭 닮은 너에게... 나의 거울 같은 너에게...

엄마는 네가 느끼는 힘듦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단다. 혼자가 아닌 함께 차근차근 헤쳐나가 보자꾸나.

그리고, 엄마는 그 누구보다 너를 많이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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