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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나 Nov 19. 2024

학교 가기 싫어요

아침만 되면 배가 아파요

학생이면 학교에 가야 한다. 학교에 가야 지식과 기술도 배우고,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인성이 형성되고,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왜? 왜 우리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걸까?




월요일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아이의 알 수 없는 증상들. " 엄마~ 속이 메스껍고 안 좋아요"  희한하게 학교 가는 날 아침만 되면 아이의 이런 신체 증상들이 나타난다. 분명 주말인 어제까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아무 일 없었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이 말하길 아이들은 직접적으로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신체화로 표현하는 것이 어쩌면 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머리로는 너무 이해가 되지만, 내 속은 타들어간다.




한 달 전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감기가 나아갈 즈음 목에 가래가 조금 있었는데, 목이 불편해서 컥컥거리다가 토하는 일이 있었다. 먹은 게 거의 없어서 물만 조금 나왔다고 하는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토했다며 선생님께 쫓아가고 난리법석이었나 보다. 그런 상황들이 주목받기 무척 싫어하는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으리라 예상한다. 아이는 그 일이 있은 뒤로 또 토하면 어쩌냐며 학교에 가길 거부했다. 심지어 토하면 안 되니, 아예 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 트라우마가 생겨버린 것일까?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 후, 점심을 먹지 않고 집에 오고, 저녁도 정말 죽지 않을 만큼만 먹었다. 먹은 것이 없어 기운 없이 지내는 아이를 보니 불쌍하다가도 화가 났다. 다행히 2주 정도 지나니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많이 좋아졌다.




아이의 예민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금방 극복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좋아하는 음악으로 즐겁게 시작했던 아침시간이었는데, 이렇게 아이와 등교문제로 실랑이를 하고 나면 아침시간이 즐겁기는커녕 우울하기까지 하다.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할 때는 이유에 대해 마음을 열고 들어주어야 한다는데, 얼마 전 생긴 트라우마는 이제 어느 정도 없어진 것 같은데 왜 또 가기 싫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아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니 더 머리가 아프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는, 학교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엄마와의 분리가 힘들어서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의 생활은 문제없이 잘하고 있다는 담임 선생님의 얘기로 미루어 보면, 학교에서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학교 분위기나 체계가 불편한 것 같다. 예민한 성격의 아이에게 집에서는 없는 가치나 규범이 불편하고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이런 불편한 상황들을 잘 참고 견디어 와 준 것 같은데. 어쩌면 학교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아이의 그동안 힘들지만 차마 내보일 수 없었던 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트라우마가 생긴 거에 감사하게 된다.

아침에 아이가 힘들게 등교한 후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 보기도 하고 나름의 대책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매번 결론은 비슷하다. 어떤 대책보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마음을 읽어주면서 아이의 어려움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를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잘 이야기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해답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상황이 오면 의연해지기가 참 힘들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학교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매우 궁금했던 나는, 애써 아닌 척을 하며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며,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아이는 나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 학교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온종일 아침의 시무룩한 아이표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인데. 어안이 벙벙해서 몇 초간 입을 벌리고 서있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또  배가 살살 아파오겠지만, 지금 아이의 해맑은 표정을 보니 안심이 된다. 그래, 학교에서 즐거웠으면 그걸로 되었다. 뭐가 중요하겠니?






문득 나보다 먼저 결혼한 여동생이 조카들을 키우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이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래서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나도 앞으로 겸손하게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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