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흘러가는 자유의 진실

by 김가희


진실에 반응하는 순간,

진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언제나 우리의 해석으로 채색된다. 누군가의 표정, 한마디 말, 스쳐 지나간 사건까지도 감정이 닿는 순간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진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진실일까. 느낀 그대로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환영에 불과한가.


만약 세상이 내가 느끼고 본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진짜 중요한 것은 외부의 진실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느끼는가 아닐까. 우리가 감정에 잠식되는 순간, 진실은 이미 사라지고 오직 나의 세계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무엇을 느껴야만, 진정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구름의 찬란함에 대하여 아는가. 무한한 바다 위에 떠 있는 육지, 무한한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 물인지 공기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이 환상적인 존재. 그것은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흘러가는 바람에 자신을 온전히 맡긴 채 무한한 세계를 떠돌며 향유한다. 불평 없이 하루의 날씨를 받아들이며.


내가 본 것을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들이 정말로 그곳에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날씨의 잔상, 사람들의 눈빛, 공기의 온도까지도 어쩌면 마음이 만들어낸 착시였을지 모른다.


나는 한 번도 세상을 온전히 본 적이 없었다. 바라보는 순간마다 내 안의 감정이 덧칠되고, 두려움과 욕망이 풍경에 스며들었다. 세상은 늘 나의 시선과 동일한 선상에서 꾸며진 것이었다.


어째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진실은 언제나 나의 눈동자에 비친 하늘의 구름 속에 숨어 있었다.




구름이 펼치는 세계가 도달할 수 없는 허구처럼 느껴지는가. 구름의 흥겨운 걸음걸이가 지상의 공허함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수단처럼 보이는가.


맞다. 그것은 정확히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은 명백한 도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짜낸 몽상이다. 그리고 그 몽상이 나의 선택이라면, 그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는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없다고. 사회에 속박되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거짓이라고. 주체성이라는 표현조차 스스로 구성한 것이 아닌, 그저 합리화의 산물이라고. 축적된 담론과 권력의 틀 안에서 생겨난 필연적 결과일 뿐이라고. 자유란 단순한 감각일 뿐, 실체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저항’한다고 믿는 그 마음마저 사회가 만든 프레임 안에 있다는 것. 그렇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우리가 자유를 그렇게 정의한다면, 인간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 관점은 어떤가. 만약 이 사회적 영향들마저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사회적 구속에 얽히기로 스스로 동의했다면, 그 주장은 전복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유란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도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사회적 영향에 얽혀 있는 것이 문제라면, 나는 그것을 나의 것이라 선언하겠다.


나는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모든 것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래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창조물을 사랑한다. 사회적 영향이 인간의 창조물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것을 품고 싶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다. 그러니 우리가 자유를 말할 때, 그것은 독단적 고립이 아니라 사회와 구속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자유란 무한한 가능성의 해방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주어진 세계를 있는 그대로 품을 때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계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이다. 이 얼마나 세상이 자유로운가!



자유는 환상이다.

그 환상을 내가 선택했으니,

이제 그것은 나의 진실이다.

그러니 나는, 바람처럼 흘러가며 구름처럼 자유롭다.




진실은 없다. 하지만 진실이 없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이 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에 따라 세상은 새로운 빛으로 덧칠된다. 고정된 진실은 없지만, 내가 바라본 순간마다 그것은 나의 세계 안에서 진실로 자리 잡는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시선뿐이다. 절망을 붙들 수도, 희망과 함께 걸어갈 수도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우리는 그 흐름 위에서 어떤 시선을 품을지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이야말로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 구름이 되어 진실 속을 항해하라. 한 곳에 머물러 고집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기듯 세상과 나를 유연히 바라보는 것. 그것이 구름의 진실이다. 세상은 공허하지 않다. 모든 것이 진실이고, 모든 것이 흐름 속에 빛난다.


당신이 본 것은 무엇이었는가.
아니, 당신의 눈은 지금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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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지지 않은 감정은 내면에 흐릅니다.

이 글은 '가희: 그럼에도 희망을 이음' 연재 중 하나로,

감각을 지나 정돈되어 가는 생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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