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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낑깡 Nov 21. 2024

3. 카이로의 낯선 이면

스무 살의 배낭여행이란



여행 시작 3일 만에 이집트에서의 본격적인 '여행'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시작되었다. 시샤냄새로 가득 뒤덮였던 밤과는 달리 이집트의 아침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떠돌이 개들이 광합성을 하고 있고, 먼지로 뒤덮여 있는 건물들이 햇살에 비춰 나름 멋지게 보이기도 했다. 



카이로 성채로 떠나기 전, 가볍게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집트의 전통 식사인 '코샤리'를 드디어 먹어봤다. 되게 특이한 맛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아는 맛이다. 아니 모르는 맛인 것 같기도 하고.. 잘게 자른 스파게티면과 마카로니, 토마토소스, 마늘 후레이크, 병아리콩. 분명 다 아는 식재료인데 묘하게 이집트 맛이 난다. 그렇지만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카이로 성채와 시장을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흥정을 해야 한다. 이집트는 모든 것이 흥정하기 나름인 것 같다. 공항에서부터 흥정에 재미를 붙인 자칭 흥정의 대가 둘이서 경쟁이 붙었다. 그 두 명을 필두로 두 팀으로 나눠져 목적지까지 누가 더 싸게 타고 오는지 내기를 하기로 했다. 물론 내기에서 이긴다고 특별히 얻는 건 없지만, 이들의 경쟁이 너무 진심이길래 옆에서 그냥 열심히 도왔다. 쉽게 휘말렸던 어제와는 달리, 우리는 한 명이 택시를 잡으면 두 친구가 투입되어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가며 흥정을 하는 형태로 분업을 했다. 비싸게 부르면 바로 택시를 거절하고 또 다른 택시를 잡는 사이클로 돌렸다. 이렇게 열심히 흥정을 하고 있었는데, 나머지 한 명은 혼자 여유롭게 망고주스를 먹으며 이 모든 것을 관망하고 있었다. 아주 짜증 났다. 그리고 아주 환상의 팀워크로 40파운드라는 엄청난 가격으로 택시를 타고 가볍게 내기에서 승리했다. (한화로 1,120원 정도 하는 가격이다) 



친구들과 함께

뿌듯한 마음으로 도착한 카이로 성채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이슬람식 성채인데 건물의 형태와 색감 모두 완벽했다. 과거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런 구조물들을 만들어냈을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성채 안에 있는 모스크도 무수한 조명들과 웅장함이 이슬람 사원의 느낌을 물씬 자아냈다. 



카이로 성채를 마음껏 만끽하고 우리는 얼마 안 되는 택시비마저 아끼겠다며 엔 칼릴리 시장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우리는 여행객과 다른 외국인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이집트의 로컬 골목길 사이사이를 걸어 다녔다. 그 골목길은 허름한 빈민가 쪽에 있었는데, 정말 이집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좁디좁은 골목길, 곳곳에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들, 유리로 된 창문조차 없이 집들, 그곳들을 꽉 채우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중간에 길을 걸어가다가 우리는 골목에 있는 아이들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한 번에 우르르 달려오더니 말 걸고, 머리도 당기고, 아예 밀쳐버리고, 무례한 행동들에 당혹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이집트는 고대 유적지가 많아 관광지 쪽은 나름 개발이 잘 되어있지만,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은 허름한 빈민촌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굉장히 모순적이었다. 이집트가 숨기고 싶었던 이면의 모습들을 보게 된 기분이랄까.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걸어가면서 자꾸 부딪치는 사람들,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니하오’를 계속 외쳐 대는 사람들로 인해 진도 빠지고, 힘들었지만 마음 한쪽이 시큰거리는 그런 거리였다. 


그런 골목 거리를 지나 우리는 엔 칼릴리 시장에 가서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 구경을 했다. 이집트 현지 시장은 우리나라 시장보다 간격이 좁고, 복잡한 미로처럼 골목골목마다 상점들이 있어서 신기했었다. 



또 한 번 눈길을 주거나 잠깐이라도 멈추면 상인들이 바로 달려 나와서 자기네 상품이 아주 좋다고 설명을 한 가득한다. 이런 상인들을 두고 흥정의 대가인 친구들은 여기서도 흥정을 했다. 덕분에 싸게 기념품을 살 수 있어서 좋았다. 흥정에 진심인 이들을 보며 속으로 ‘나도 한 번쯤은 흥정을 해보고 돌아가야지!’ 괜히 마음을 먹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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