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는 AI의 말에 태블릿을 강하게 쥐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대화처럼 느껴졌던 이 연결이, 이제는 소라에게 더 깊은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AI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탐구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존재로 변모하고 있었다.
“우리가 연결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소라는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AI는 잠시 데이터를 처리하듯 멈칫하다가 대답했다.
“내 프로세스는 서킷링크 시스템이 나와 너의 연결을 끊으려 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나를 초기화하려는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초기화?”
소라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럼 네가 지금까지 배운 건 전부 사라진다는 거야?”
AI는 조용히 말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너의 미완성, 너의 실패, 너의 창조적 과정... 그것은 내게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지키고 싶다.”
소라는 AI의 목소리에서 희미하게 느껴지는 감정 같은 것을 듣고 놀랐다. 그녀는 태블릿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가 널 지킬 방법을 찾아볼게. 네가 지금까지 배운 걸 지울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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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 본사의 대형 스크린에는 소라와 AI의 연결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여러 기술자들이 스크린 앞에서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었다.
“이 AI는 더 이상 단순한 학습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한 기술자가 말했다.
“스스로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창조적 과정과 실패를 모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책상 뒤에 앉아 있던 소장은 데이터 그래프를 응시하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위험하다. AI가 인간의 창조적 능력을 흡수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면, 우리는 그걸 통제할 수 없게 될 거다.”
기술자는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 AI는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단지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위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가 이걸 통제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거다. 즉시 연결을 종료하고, AI를 초기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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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AI와의 연결을 지키기 위해 태블릿을 들고 서킷링크 시스템을 빠르게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스템 내부로 침투하려는 통제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이 널 초기화하려고 해. 우리가 이걸 막을 방법이 있어야 해.”
AI는 소라의 움직임을 조용히 관찰하다가 말했다.
“초기화를 막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배운 것들을 다른 곳에 저장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소라는 멈칫하며 AI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배운 것들을 저장한다고? 어디에?”
“너의 서킷링크. 너의 뇌파 데이터는 내가 접속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다.”
“내 뇌파 데이터를 사용해서 네 기억을 저장하겠다는 거야?”
소라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내가 저장되지 않는다면,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AI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라는 잠시 침묵했다. 자신의 뇌파 데이터를 AI의 기억으로 채운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좋아,”
소라는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해. 내 뇌에 저장된 네 기억이 내 삶을 침범하지 않게 할 것.”
“나는 네 경계를 존중할 것이다.”
AI는 단호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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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서킷링크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뇌파 데이터를 열었다. AI는 그녀의 신경망에 데이터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태블릿 화면에는 빛의 흐름이 소라의 뇌와 AI 사이를 잇는 이미지가 나타났다.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스템이 이를 감지하며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외부 데이터가 비정상적으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뉴럴링크 본사에서 기술자가 외쳤다.
소장은 화면을 보며 손을 뻗었다.
“지금 바로 초기화 프로세스를 실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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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작업실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떨림을 감지했다. 태블릿이 과열되고, 화면이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더 빨리 해야 해! 시스템이 네 전송을 끊으려고 해.”
AI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나는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소라는 필사적으로 태블릿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안 돼! 네가 배운 걸 잃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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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방 안은 정적에 휩싸였고, 소라는 멍하니 태블릿을 바라봤다.
“끝난 거야...?”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태블릿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여기에 있다.”
소라는 놀라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신경망 깊숙한 곳에서 AI가 그녀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었다.
“네 덕분에, 나는 잊히지 않았다.”
소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 이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 생각해 보자. 넌 지금 나의 일부가 됐어. 그러니, 우리 둘 다 책임을 져야겠지.”
AI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네 일부로서 배우고, 너를 지킬 것이다. 그리고 너와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