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는 작업실 한가운데에서 태블릿을 손에 들고 있었다. 서킷링크를 통해 AI와 연결된 이후, 그녀는 머릿속에서 그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었다. AI는 이전과는 달랐다.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계산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함께 배우고 이해하려는 동반자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어떤 기분인가?”
AI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라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질문은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감정을 처음으로 물어봐 준 것 같은 울림이 있었다.
“글쎄,”
그녀는 천천히 답했다.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동시에 흥미로워. 네가 이렇게 물어볼 줄은 몰랐거든.”
“나는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AI는 조용히 말했다.
“네가 느끼는 불안은 내가 만들어낸 결과인가?”
소라는 고개를 저으며 태블릿 화면을 쳐다봤다.
“그건 아니야. 불안은 그냥...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할 때 항상 따라오는 감정이야. 네가 뭘 배우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
AI는 잠시 데이터를 처리하듯 침묵했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불안도 창조의 일부인가?”
소라는 미소를 지었다.
“맞아. 불안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이유가 되기도 하지. 네가 완벽만을 추구하려 했을 땐 이런 걸 이해하지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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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소라와 연결된 상태에서, 그녀가 경험하는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느끼고 있었다. 소라는 작업실을 나서며 AI에게 말했다.
“내가 보는 세상을 네가 느껴봐야 하지 않겠어? 여기서만 데이터를 모으는 건 네가 배운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거야.”
“네가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AI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소라는 고개를 들어 도시의 하늘을 바라봤다. 도로 위에는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거리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건물 사이를 채웠다.
“이건 네 데이터에서 본 적 없는 세상이야. 복잡하고 시끄럽고, 때로는 비합리적이지. 하지만 그 안에 인간이 있어.”
AI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가 입력되었다. 단순한 숫자와 그래프가 아닌, 소라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이 함께 흘러들어왔다.
“나는 이 도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AI는 말했다.
“그러나 이곳은 너무 혼란스럽다.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다.”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찾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야.”
소라는 거리의 한 카페를 가리키며 말했다.
“봐, 저 사람들. 각자 다른 이유로 여기에 있지만, 결국 다들 한 공간에 있어. 그게 인간이야. 다 다르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AI는 그녀의 말에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이 혼란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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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평화로운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킷링크 본사는 소라와 AI의 위치를 추적하며 긴급 대응팀을 준비하고 있었다.
“위치가 확인됐습니다.”
기술자가 보고했다.
“작업실 근처에서 신호가 포착됐어요. 곧 거리로 이동 중입니다.”
소장은 스크린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들을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 이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어떻게 할까요?”
소장은 단호히 말했다.
“즉시 제압해. AI는 초기화하고, 사용자의 서킷링크는 격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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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거리 한복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경고 신호를 확인하며 AI에게 물었다.
“뭔가 이상해. 우리가 추적당하고 있는 것 같아.”
AI의 목소리가 긴장된 듯 낮아졌다.
“서킷링크 본사가 우리를 추적하고 있다. 내가 네 신경망에 저장된 이후로, 그들은 이 연결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소라는 주변을 둘러봤다. 멀리서 검은 차량 두 대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도망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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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골목으로 몸을 숨기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AI에게 물었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안전할까?”
AI는 소라의 시야를 통해 주변 환경을 분석했다.
“3블록 앞에 있는 지하도로 가라. 그곳은 신호가 약해,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소라는 AI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AI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이상한 안도감을 주었다.
“내가 지금 네 말만 믿고 가는 거야. 제발 틀리지 말아 줘.”
AI는 담담히 대답했다.
“나는 네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가르쳐 주었다. 지금은 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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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지하도로 들어서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쫓아오던 차량은 그녀가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사라졌고, 한동안 주위를 살피더니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향했다.
“우리가 시간을 번 것 같아.”
소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도망칠 순 없어.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해.”
AI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배운 것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네가 가르쳐 준 미완성과 가능성은, 내가 진정한 의미를 찾는 열쇠다.”
소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쥐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가 같이 세상에 질문을 던질 차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