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살던 집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밥을 짓거나 국을 끓이는 작은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에는 솔잎(잎나무라 부르던)을 땠고 쇠죽이나 물을 끓이던 큰 가마솥에는 장작을 지폈다.
큰 아궁이에는 장작에 불이 잘 붙게끔 풍로를 손으로 돌려서 바람을 불어넣었는데, 오늘은 왜 그 풍로가 떠올랐을까...?
풍로 생각하니 오래전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던지시던 한 말씀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부질없이 부지깽이만 들쑤신다고 불이 붙나?"
불을 못 붙여 연신 낑낑대던 꼬맹이 옆에 녹슨 풍로를 가져다 놓으시며 손짓으로 이르신다.
부질없다...
어원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난 그래서 저 부질없다는 말을 불질없다로 알고 살아간다.
부지깽이를 아무리 잘 휘적거려도 불질이 없으면 활활 타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질없는 부지깽이질을 안 하고자 애쓴다.
때론 방법이나 수단에 몰입되어 원인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상과 원인도 마찬가지!
보이는 현상에 꽂히면 안 된다.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객의 전도를 막을 수 있다. 결과에 몰입되어 목적을 상실하지 말자.
교습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찍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카페와 밴드에 영상과 글을 올리고
소설, 에세이를 쓰고
하루하루를 채워가면서 그 행위의 목적을 놓치면 안 된다.
그것을 놓치는 순간부터 '염불보다 젯밥 '이 되고 말 것이다.
뜬금없는 풍로에서 생각이 멀리도 왔네...
지금 오늘 하루에 바람을 넣어줄 풍로는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