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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딸 결혼식에 가서 우는 주책바가지 아줌마

어릴 적 놀이터 꼬맹이가 시집가는 날

by 부자꿈쟁이

2025년 4월 5일 토요일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엔 바쁘게 서울에 있는 박람회 행사를 다녀오고 오후는 오랜만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요즘은 주로 장례식장을 많이 다니게 되어 살짝 우울하기도 했었는데 봄이 되니 결혼청첩장이 많이 배달되어진다. 이젠 우리 나이가 자식들이 결혼할 적령기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며 우리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화창한 날씨면 좋았겠지만 비가 오면 잘 산다는 옛 말씀을 기억하며 가족 1호와 결혼식장으로 출발하였다.한 동네에서 오래 살았지만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이웃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았기에 연락하며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많지 않다.


유일하게 아이들이 어릴 적 작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나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내는 몇몇 지인들 중 나와 동갑내기 친구의 딸이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어릴 때도 똘똘하고 영리하여 공부를 잘하더니 박사 과정까지 끝내고 함께 공부하던 학교 cc커플이 이제 인생의 짝꿍이 되어 출발을 한다는 것이었다. 딸도 키가 크고 엄청 이쁜데 사위도 참 잘생겼다. 누가 봐도 이쁜 커플이다.


결혼식이 시작되면서 신랑과 신부의 어릴 적 사진들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데 우리 가족과 여럿이 함께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찍은 가족사진도 보인다. 가족 1호는 저거 내가 찍어준 거 같다며 옛날을 회상하는 추억의 장소가 소환되고 옛날로 돌아가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해 본다.


친구의 남편께서 축사를 하시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이 보였다. 감수성 풍부하신 아버님이시다. 그때부터 감수성폭발 여사인 나의 눈물샘은 터져버렸고, 60대가 된 가족 1호의 눈물샘도 덩달아 전염되었다.

왜 이러지? 정말 참아야 하는데 축하하는 남의 결혼식장에 와서 눈물 흘리는 주책바가지 아줌마가 되면 안 되는데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주변이 어두컴컴하여 사람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괜히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올망졸망 꼬맹이들이 놀이터모래밭에서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며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이 그리워진다.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동네 친구들이 되었고,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서로의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울려 술친구가 되었고, 육아를 함께 고민하는 육아동지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흰머리가 희끗한 장년이 되어가고, 놀이터의 그 아이들은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예전 직장동료인 팀장님 결혼식에 가서도 엄마로서 딸에게 축사를 읽어가는 팀장님 목소리에 울컥하여 대성통곡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중에 왜 엄마인 나는 울지 않는데 너네가 남의 결혼식에 우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신 주책바가지들아 라는 꾸짖음을 듣고 남의 결혼식에 가면 울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지만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건 여전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자라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결혼식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책임도 그만큼 커지고 무거워지는 것이라 부모로서 바라보는 결혼식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새로운 가정이 또 생겨나고 ,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함께 하는 세상이 돌아가야만 미래는 만들어지고 이웃과 함께 하는 세상이 예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하니 축복의 마음으로 바라봐야만 할 것 같다.


주책바가지 아줌마의 눈물은 축복의 마음이 넘치는 사랑의 마음으로 받아 주고, 행복한 사랑의 가정을 만들어가는 아내와 남편이 되고, 아빠 엄마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함께했던 꼬맹이가 시집가는 날,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이 빛나고 예쁜 조약돌 같은 반짝임으로 우리의 마음에 빛나고 있음을 느끼게 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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