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댁,울산댁,시흥댁,인천댁
몇 달 뒤 이사가 다가오니 주말마다 집을 정리하게 됩니다. 오래되어 내게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하다 보니 갑자기 내게 오래되어서 좋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것 보다는 대부분 새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결론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한 듯합니다.
용량이 크거나 화면이 커진 핸드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등 오래된 것보다는 기능이 확실하게 좋아진 새로운 제품을 좋아하는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들 중에서도 오래된 것들 중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오래된 친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에 대학 친구들과 1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 친구들과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자주 만나지 못하고 가끔씩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들이지만 각자 사는 곳이 멀어서 1~2년 만에 한 번씩 만나게 됩니다.
안돌이는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을 따라 결혼 후 바로 부산으로 가서 부산댁으로 살고 있습니다.
병설 초등학교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한 지 오래되었고, 정년까지 아이들과 함께 할 마음이 맑은 친구입니다. 항상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다정한 친구이기도 하지요.
진돌이는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시흥으로 이사하였고, 어린이집 원장을 하다가 지금은 공공기관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임에서 예쁜 미모를 담당하고 있지요.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을 믿는 긍정 왕 시흥댁입니다. 제가 아주 부러워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영돌이는 대기업에 취업한 남편을 따라 울산으로 가서 자리 잡은 똘똘이 친구입니다.
30여 년 전 우리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지금까지 부동산 중개소장님이 된 야무진 울산댁으로 생활하고 있지요 노후 대비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 우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대학 다닐 때 각자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장학금을 타야 했기에 우리는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치열하게 공부하던 모범생 친구들이었어요. 우리의 성실함을 예뻐해 주셨던 교수님이 계셔서 아직까지도 할아버지가 되신 멋진 교수님과 예쁜 할머니가 되신 사모님과도 연락을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1년 전 대전 교수님 댁을 찾아뵈었을 때도 아직까지도 우리의 이름보다는 "안돌이, 진돌이, 현돌이 하나도 안 변했네. 그대로구나" 하시며 예전 우리가 부르던 별명을 불러 주시니 마음이 찡해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난 4월 모임은 영돌이가 있는 울산으로 가서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똑순이 영돌이는 계획형답게 시간별로 장소와 미션을 챙겨 두어 우리는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어요. 해마다 돌아가면서 본인들이 사는 지역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영돌이가 아주 멋진 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해 주었습니다.
저녁에 호텔에서도 서프라이즈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우리는 영돌이의 꼼꼼한 준비성에 진짜 놀랐습니다.
수학여행에서나 할 법한 게임을 준비해와서 저희는 너무 재미있게 게임을 하며 50대들이 상상할 수 없는 멋진 수학여행의 밤을 보내고 왔습니다.
1년에 한 번, 무슨 변수가 생기면 2년에 한 번 꼴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이지만 만나면 20대의 열정을 선물해 주는 멋진 선물 같은 친구들입니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이유는 편안함입니다.
내가 사는 것이 조금 어렵고 어설퍼도 있는 그대로를 얘기할 수 있고, 각자의 남편들도 모두 잘 알기에 당당한 외박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내가 살아온 치열하고 아름다웠던 20대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기에 우리는 모두 서로의 행복을 축복할 수 있는 듯합니다.
내년엔 인천댁인 현돌이 제가 모임을 준비해야 합니다. 울산책처럼 재미난 준비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그냥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모 방송국의 로고송처럼 만나서 편안함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 되도록 준비하려 합니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이유를 느낄 수 있도록 좋은 고민들 차곡차곡 만들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