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해
아이들이 어릴 적 놀이동산에 데리고 갔을 때였다. 놀이동산에서 인기 있는 놀이기구 타기는 늘 그렇듯 대기시간이 필요했다. 친구네 가족이랑 함께 간 그날도 긴 시간 대기를 하며 기다렸다. 순서가 되어 아이들의 키를 쟀는데 120cm가 넘어야 탈 수 있는 기구였다.
아들은 3cm 정도가 부족했고, 뜨거운 햇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기다리던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다. 아들만 입장할 수 있는 키가 되지 않아 탈락이 된 것이다. 그 당시엔 또래보다 몸이 많이 약하고 왜소한 모습이었다.
대성통곡을 하는 아들을 부모인 우리는 달래느라 쩔쩔매었지만 그저 안쓰럽고 귀여운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날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구입해서 들어갔지만 그 이후 몇 개 더 사용하지도 못한 웃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아이들이 커서 다시 그 놀이기구 앞에 간 적이 있는데 아들은 그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캄캄해질 때까지 아들은 신나게 자유이용권을 사용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180cm가 넘는 키로 성장했기에 어디 가도 키 때문에 속상해서 우는 일은 없을 거 같다.
내게도 어느 날 갑자기 계획되지 않은 오팔청춘 자유이용권이 생겼다. 억지로 애를 써서 구입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생긴 자유이용권 앞에서 당황하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놀이공원 기구 타기를 즐겨하지도, 재미있어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이것저것 두드려 보고, 남들이 타는 놀이기구를 바라보며 그들의 신나는 모습에 미소가 생겼다. 내가 타기엔 겁이 났지만 다른 사람들이 신나게 타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신이 나는 것 같았다. 아주 작은 키로도 탈 수 있는 재미와 스릴은 없지만 안전한 놀이기구를 타 보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다.
운동신경이 잼병인지라 난도 높은 기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일단 한 발을 들여놓으니 신나는 경험을 하나 얻게 되었고, 다시 해보고 싶은 도전의 마음이 생겼다. 누구는 그 나이에 놀이기구가 가당치 않다고 말해주지만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게 처음으로 주어진 오팔 청춘 자유이용권을 제대로 사용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긴 억울하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살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갈 수도 있다. 뜨거움을 막아줄 양산을 미리 준비했어야 하는데 준비성이 부족하다. 그래도 내 차례가 오기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고 줄을 서서 기다릴 것이다. 내가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꼭 타고 가야겠다. 집에 가서 못내 아쉬움을 남기는 후회를 하고 싶지는 않다.
" 너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해" 다행히 뒤에서 응원의 힘이 생겼다.
애써서 구입하진 않았지만 세월과 함께 내게 주어진 오팔청춘 자유이용권을 후회 없이 제대로 사용하는 멋진 날들이 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